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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은 저소득층엔 재난.."상병수당 확대 필요"[안치영의 메디컬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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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영 기자I 2025.05.20 15:39:09

환자 절반 비의료비·소득손실로 비용 부담 가중
장기 치료·재발·약제내성으로 고통 지속·생명 위협
결핵 특화 사회보호 사업 제안…“상병수당 필요”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결핵은 꾸준히 장기간 치료해야 하는 질환 중 하나다. 특히 균 음성 결핵(결핵균이 증식하고 있지만 결핵균검사에서 결핵균이 검출되지 않은 경우)으로 치료를 시작했다면 치료 시점이 한참 지나거나 치료 종결 후 재발 시기가 되어서야 약제 내성결핵을 확인한다. 이는 장기 치료와 약제 부작용, 그리고 재입원으로 이어져 환자의 고통이 더욱 커진다. 정부는 이렇게 퇴치가 어려운 결핵 근절을 위해 치료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환자 중 절반은 결핵으로 인한 재난적 비용에 허덕이고 있다. 이들은 의료비 부족이 아닌 생활비 부족으로 삶을 힘겹게 이어나가고 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최홍조 고려대 보건과학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 연구팀이 최근 질병관리청에 제출한 ‘결핵으로 인한 재난적 비용 추계 관련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결핵 환자 중 약 10명 중 4~5명이 결핵 때문에 재난적 비용 위험에 직면했다. 재난적 비용의 주요 원인은 의료비가 아닌 영양보충 비용을 포함한 비의료비(58.2%)와 소득 상실로 인한 간접 비용(31.0%)이었다.

환자에겐 병원 이동에 들어가는 시간도 비용이다. 금전적 비용뿐만 아니라, 입원이나 외래 진료 때문에 다른 일용직 노동자를 대체 고용하는 것도 모두 비용이 든다. 가족이나 지인이 무급 간병으로 도와줬지만 이 또한 나중에 어떠한 형태로든 돌려주거나 이들이 희생해야 하기에 비용으로 포함된다.

연구진 조사 결과 결핵을 치료하기 위해 실직하거나 단시간 노동을 중단하는 예도 있었다. 치료 중에도 회복이 더뎌 새로운 구직을 생각하지 못하는 환자도 있다. 대체 인력 고용을 고려하거나 아예 일을 그만둔 사례도 존재했다.

상병수당 등 치료소득 보장 제도가 없어 미래가 불안하다는 답변도 많았다. 유급 병가와 상병수당이 없어 일하지 않고 회복하기엔 소득 손실이 너무 크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한 응답자는 “퇴원 후 장기적으로 2년 정도는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사업 정리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만약 소득 보전이 된다면 좀 더 버틸 수 있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결핵으로 인한 비의료적 비용 부담이 클수록 중도에 결핵 치료를 포기하는 결과를 낳는다. 질병관리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4년 결핵환자 신고현황 연보’에 의하면 의료급여 환자의 재치료자 비율이 건강보험 환자보다 약 4.78% 높았다. 재치료자는 약제 내성이 생길 수 있어 치료가 더욱 힘들어지고 또다시 중도 치료 포기 가능성이 크다.

치료 재개와 중단을 반복하면 다제내성결핵(결핵 치료에 가장 중요한 약제인 아이소니아지드와 리팜핀에 모두 내성인 결핵)으로 발전한다. 최소 4가지 이상의 약물을 투여하거나 수술적 치료 등이 시도되는데 치료에 반응하지 않을 때 기침, 가래의 증상이 심해지면서 객혈로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병 자체의 경과뿐 아니라 약물에 대한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연구진은 결핵 민감형(TB-sensitive) 사회보호 제도로서 유급 병가와 상병 수당 제도, 결핵 특화형(TB-specific) 사회보호 사업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홍조 교수는 “가장 낮은 소득 구간의 참여자들 5명 중 4명이 재난적 비용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기존의 결핵 특화형 사회보호 사업이 대부분의 취약 결핵 환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지 못한다는 점이 이번 연구에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령화가 심화한다면 결핵으로 인한 재난적 비용의 규모는 빈곤 노령층으로 인해 더 증가할 수 있다”면서 “유급 병가와 상병수당 제도 제도와 같은 일반적 사회보장 정책의 확대가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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