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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배 속에 있던 태아도 엄마가 사망하는 처참한 현실을 마주하고 가족 품에 제대로 안겨보지도 못한 채 19일 만에 숨을 거뒀다”며 “피고인은 원심과 항소심에서 여러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유족의 고통을 덜어주고 용서를 구하기에는 현저히 부족하다”고 질타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28일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한 미용실에서 이혼한 전처 30대 B씨에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범행을 말린 B씨의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했다.
사건 당시 B씨의 뱃속에는 7개월 된 아기가 있었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진 B씨는 치료 중 끝내 숨졌으며,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아기는 19일 만에 숨을 거뒀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판사가 “피해자가 임신한 줄 몰랐나?”라고 묻자 “몰랐다”며 신생아 사망과 자신은 무관하다는 투로 답했다.
그러나 B씨 변호인은 “피해자는 평소 자신이 피고인에게 살해당할 것 같다고 걱정하며 언니에게 어떻게 장례를 치러달라고까지 말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를 8차례나 흉기로 찔러 잔혹하게 살해했는데, 누가 봐도 당시 피해자는 만삭의 임산부였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이 사건 전부터 미용실을 하는 피해자를 수시로 찾아가고 돈통에서 마음대로 돈을 갖다 썼다”며 “피해자는 이혼한 피고인의 스토킹을 떼어내려고 없는 살림에도 1000만 원을 (A씨에게)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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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는 “고인은 피해자와 이혼하고 ‘다시는 찾아가지 않겠다’고 각서까지 썼음에도 지속해서 협박하고 괴롭혔다”며 “피고인은 몸싸움 끝에 흉기를 빼앗겼는데도 다시 흉기를 주워들어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지적했다.
A씨가 줄곧 주장한 심신미약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립법무병원 정신감정에 따르면 피고인은 범행 당시 불안과 분노가 주 증상이었지, 우울증을 앓지는 않았다”며 “사전에 흉기 손잡이에 붕대를 감아 미끄러지지 않게 했고, 인화물질 등을 준비한 점 등으로 미뤄 당시 심신 상태는 건재했다”고 했다.
이에 검찰과 A씨 모두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법원에 항소장을 냈다.
항소심 재판 중 B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1심에서 반성문만 제출하다가 최근에서야 사죄를 표하는 편지를 유족 측에 전달했다”며 “한두 장에 불과한 성의 없는 편지로 감형될까 봐 우려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