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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부터 이곳에서 살고 있다는 이모(65)씨는 “이사 온 이듬해 불이 난 이후 서울시에서 나무로 된 시설 일부를 교체해준 적은 있다”면서도 “건물이 무너질 것에 대비해 특별히 안전 점검을 하는 걸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건물 안전이 걱정되지 않는냐는 질문에 “여기 사는 사람들은 먹고 사는 걱정만으로 하루가 간다. 안전문제를 신경 쓸 처지가 아니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금 무너져도 할 말 없다…서울 노후 건물 안전 ‘빨간불’
서울시내 곳곳에 제2의 용산 붕괴사고가 우려되는 건물들이 즐비하다. 지난 3일 용산 상가 붕괴 사고 후 둘러본 서울 시내 노후 건물들은 벽과 기둥이 금가고 깨져 위험천만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건물 외부를 뒤덮은 전선과 목조 내부 탓에 화재에도 취약점을 드러냈다.
노후 건물 입주민들은 용산 건물 붕괴사고 이후 언제 자신들이 머물고 있는 건물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지만 구멍 뚫린 규정 탓에 안전관리 대상에서 빠져 있어 밤잠을 설친다. 노후 건물 안전관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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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는 경북이 34만 7663가구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전남(30만 1147가구) △경남(28만 8014가구) △서울(22만 9887가구) △경기(20만 2736가구) 등이 20만 가구를 넘었다. 노후건축물 비율로는 부산이 50.4%로 가장 높았고 △전남(47.8%) △대전(44.4%) △경북(43.7%) △대구(43.2%) △전북(42.2%) △경남(40.9%)이 40%를 넘어섰다. 서울도 전체 건물 가운데 37%가 사용연한 30년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소형건물은 사각지대…안전진단 재정비 나서야
상황이 이렇지만 소형건물은 제대로 된 관리조차 이뤄지고 있지 않다.
건축법상 건축물 유지·관리 대상은 연면적 3000㎡ 이상인 다중이용건축물과 집합건축물과 다중이용업소(연면적 2000㎡·영업장면적 1000㎡) 가운데 사용 승인일로부터 10년이 지난 건축물이다. 이 기준을 미달하는 건축물은 안전점검 등 유지·관리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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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주민 이모(50)씨는 “건물 여기저기에 금이 가 있고 많이 낡아서 무너질까 봐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며 “건물 내부에 목조가 많아서 불이라도 나면 건물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건축물 안전관리는 소유주 신고 후 해당 구청 직원이 나가 상태를 살피고 전문가 안전진단을 거쳐 주민대피나 긴급철거 순으로 이뤄진다. 서울시와 자치구 입장에서는 건물주 요청이 없으면 강제로 안전진단을 할 수 없다는 구조인 셈이다.
서울시는 용산 붕괴 사고 이후 정비구역 내 노후 건축물에서 서울 전 지역으로 안전 점검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후 건축물 안전점검 방안을) 최종 검토 중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연면적 1000㎡ 이하인 건축물 가운데 30년 이상 된 건축물을 대상으로 하는 대책을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조성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용산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관리가 소홀할 경우 개인 건물임에도 엄한 시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노후 건축물 안전 관리를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