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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요구불예금 잔액은 9월 말 623조 3173억원에서 2개월 새 30조원 이상 빠져나가며 11월 말엔 올 들어 처음 600조원 아래로 떨어져 ‘머니 무브’ 본격화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 펼쳐지면서 요구불예금이 순식간에 증가세로 돌아서며 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1440원대를 뚫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420원대 후반에 머물며 일주일째 올 들어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매수하는 미국 주식 등의 신규 투자 매력도를 낮추고 있다. 또 국내 주식시장도 불확실성 증가로 이달 9일 코스피 지수는 2360.58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며 지난 8월 5일 ‘블랙 먼데이’ 수준 이하로 폭락하기도 했다.
탄핵 정국 속에 정치·경제 불확실성은 새해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달 14일 2차 탄핵안 표결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연이은 금리 인하에도 요구불예금 증가세는 기업의 연말 유동성 확보와 맞물려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정세의 불확실성으로 유동성 확보와 함께 연말 결제대금 확보로 기업 쪽에 많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한다”며 “(탄핵 정국에 따른)심리적 불안감이 수치상 상당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썰물처럼 빠진 자금도 있을 것”이라며 “개인보다 기관투자자 자금이 거액이라 이런 자금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유동성으로 많이 밀려 들어오지 않았나 싶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