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북정책? 北공격유도?…여야, 외환 혐의 두고 난타전

한광범 기자I 2025.01.13 16:26:44

야6당 내란특검법 수사범위에 새롭게 추가
野, 계엄 선포 위해 지속적 北 공격유도 의심
與·국방부 강력반발 "북한 주장 동조하는 것"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적 비상계엄 관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야6당이 마련한 내란특검법에 새롭게 추가된 ‘북한의 군사공격 유도’ 의혹 수사를 두고 여야가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내란 의혹 규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국방부까지 나서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강력 반발하는 모습이다.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내란특검법은 국회 재표결을 통해 폐기된 기존 내란특검법에 없던 ‘북한의 공격 유도 의혹’을 새롭게 수사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해외분쟁지역 파병, 대북확성기 가동, 대북전단 살포 대폭 확대, 무인기(드론) 평양 침투, 북한의 오물풍선 원점 타격, 북방한계선(NLL)에서의 북한 공격 유도 등을 통해 전쟁 또는 무력충돌을 유도하거나 야기하려고 한 혐의다.

◇野,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과정도 의심

법사위 법안소위 논의 과정에서 기존 문구대로 할 경우 수사범위가 무분별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법안에는 ‘비상계엄 관련’ 의혹에 대해서만 수사를 할 수 있게 일부 문구를 수정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명분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1월부터 북한의 군사 도발을 유도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해 왔다고 의심하고 있다. 헌법상 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만 선포가 가능하다. 북한이 실제 강력한 군사 도발이 이뤄질 경우 전시로서 충분히 계엄이 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야당은 2018년 3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체결된 9·19 남북군사합의가 효력정지(파기)되는 과정 역시 북한의 군사 도발 유도를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9·19 남북군사합의는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 등 양측의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담고 있다.

지난해 6월 9일 서울 잠실대교 인근에서 발견된 북한의 오물풍선. (사진=합동참모본부)
윤석열정부는 2023년 11월 22일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자 일부효력정지를 결정했다. 이에 북한은 하루 뒤인 11월 23일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모든 군사적 조치들의 즉시 회복을 선언했다. 정부는 이후 북한의 각종 도발에 맞대응 차원에서 지난해 6월 4일 전면효력정지를 결정했다.

지난해 4월 진행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한 후 윤석열정부의 군사도발 유도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민주당 내란특위 외환유치죄 진상조사단 소속인 채현일 의원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도발 유도 핵심 수단인 대북전단 살포가 총선 이전 월평균 2~3회에서 총선 이후엔 월평균 10회 늘었고 9월엔 20회로 최고조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野 “전면전 유도” vs 與 “북한 주장 대변”

우리 군이 보낸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는 지난해 10월 평양 상공의 무인기 출몰에 대해서도 바람 방향의 영향으로 대북전단 살포가 어려워지자 도발을 유도하기 위해 우리 군이 투입했을 수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추정이다. 민주당 진상조사단장인 정동영 의원은 “윤석열의 북풍 공작은 전쟁을 유발하려는 것이었다”며 “(우리나라가 오물풍선) 원점 타격을 실행했고 여기에 북이 맞대응했다면 곧바로 전면전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은 정부의 대북정책을 수사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의원총회에서 “북한 도발을 한국 정부가 자극했다는 김정은의 궤변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북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같은 당 박준태 의원은 “안보 현실을 외면한 정치공세성 수사 요구다. 이것이 수사 대상이 되면 북한만 좋다. 확성기는 김정은이 제일 싫어하고, 대북전단은 김여정이 보내지 말라고 했다”고 비판했다. 송석준 의원은 “안보를 담보하기 위한 정상적 행위조차도 마치 외환죄인 것처럼 문구가 들어가 있어 이미 법의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장동혁 의원은 법리적 부분을 지적했다. 장 의원은 “형법상 외환유치죄가 성립되려면 ‘외국과 통모’를 해야 한다”며 “윤석열정부가 법률에 열거한 행위들을 북한과 통모를 해서 했다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일각에선 우리 법체계상 반국가단체인 북한이 ‘외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도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무부도 자칫 수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대북정책 전반을 보게 된다면 원래 취지와는 다소 동떨어진 면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주요임무종사자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내란수사’ 적극협조 중인 국방부도 반발

국방부의 반발 강도가 거세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내란 의혹 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국방부도 입장문을 통해 “계엄 상황과 결부시켜 지속적으로 북풍 공작 의혹을 제기해 안보불안을 야기하고 군의 군사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야당의 주장이 북한의 도발을 둘러싼 선후관계가 틀렸다는 것이 국방부의 기본 입장이다.

국방부는 “우리 군의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와 북한의 오물풍선 대응, 대북확성기 방송을 문제 삼고 나아가 ‘평양 무인기 침투사건’과 ‘대북전단 살포 의혹’ 등에 대해서는 오히려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북한이 일방적 군사합의 파기 선언 이후 지금까지 4000여회 이상 위반행위를 자행했고, 지난해 5월부터 오물풍선 살포 등 무분별한 도발을 지속했다”며 “군의 군사합의 효력정지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북한의 비인도적 도발 대응을 위한 지극히 정상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또 ‘오물풍선 원점 타격 시도’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 군은 낙하 후 수거라는 일관된 원칙 하에 인내심을 갖고 대응해 왔다. 국민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할 경우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경고하며 대비해 왔다”며 “원점 타격을 통한 북한 도발 유도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고 잘라 일축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계엄과의 연관성이 있는 만큼 관련 수사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인 김용민 의원은 “외환유치죄가 아닌 일반 이적죄나 국가보안법 위반이 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독재를 위해 전쟁을 일으키려고 했다는 의혹인데 수사해서 처벌하자는 것인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도 “전쟁을 통해서라도 국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살상이 일어나도 그것을 빙자해서 비상계엄을 통한 내란을 하고 자기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윤석열의 생각이었다”며 “왜 이 부분을 수사하지 못하나”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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