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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 19일 중증 구강점막염(SOM) 치료제 파이프라인 EC-18 임상 2상 결과를 공시했다. 1차 평가변수인 중증 구강점막염 지속기간(SOM Duration) 관찰 결과 EC-18 투약군 0일, 위약군 13.5일로, 100%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2차 평가변수인 중증 구강점막염 발생률(SOM Incidence) 결과는 EC-18 투약군 45.5%, 위약군 70%로 위약군 대비 35.0%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고 공시했다.
다음날 새벽 엔지켐생명과학은 성공적인 임상이라고 공표했다. 미국 뉴저지주 티넥 매리어트호텔에서 열린 뉴욕특파원단 간담회를 통해 “구강점막염 치료제 EC-18의 미국 임상 2상은 완전한 성공”이라며 “신약과 연관된 중대 이상 반응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안전성까지 입증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엔지켐생명과학은 P값뿐만 아니라 투약군과 위약군에 참여한 각각의 환자수(n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임상 시험에서 P값의 기준은 중요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통상적으로 1차평가지표 P값이 0.05 이상 나왔을 경우 해당 임상은 실패(Fail)라고 하고, 0.05 이하는 성공(Pass)적인 임상이라고 표현한다. 1차 평가지표는 영어로 Primary endpoint, 임상 시험을 하는 ‘주목적’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거래소 코스닥 공시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임상 결과는 통계적 유의성을 공시해야 한다.
이데일리 취재 이후 거래소는 엔지켐생명과학 측에 내일(22일)까지 추가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엔지켐생명과학에 정정공시를 요청했으나, 대표이사와 공시책임자, 공시담당자 모두 P값 없이 현재 공개한 데이터가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한 탑라인 지표라고 답했다”며 “이것이 자의적으로 해석한 성공인지, CRO의 객관적인 확인을 받은 판단인지 확인 요청을 했다. CRO로부터 해당 공시가 통계적인 유의성을 충족한 탑라인이라는 공식 확인서를 받아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지금 미국 시차가 있어서 내일 중으로 보내주기로 확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탑라인은 결과가 바뀌면 안된다. 임상시험 결과 보고서(CSR)에서 결과가 바뀌면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추후 실패라고 나온다면 회사 측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확인도 받았다. (투자자)손해를 다 책임지겠다는 뜻이다”며 “만약에 CRO에서 탑라인 데이터 성공이라고 나온 게 아니라 자의적으로 판단한 공시라면 탑라인 데이터라고 할 수 없다. 그러면 정말 문제 있는 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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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여군과 위약군 참여 환자수 비공개와 관련해서는 “n수 자체는 충분히 확보가 돼 있는데, 거래소와 자료 검토를 통해 공개하기로 협의된 내용만 내보냈다. 공시에 나오지 않은 내용은 비공개를 유지하기로 거래소와 논의도 마쳤다. 그건 지금 단계에서 공개하기 어렵다. 12월 안에 CSR 나오면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엔지켐생명과학 공시와 같은 날 중증 구강점막염 임상 결과를 발표한 미국 바이오텍 갈레라테라퓨틱스(Galera Therapeutics)는 P값을 공개했다. 갈레라테라퓨틱스는 “중증 구강점막염 치료제 아바소파셈(avasopasem)의 임상 3상 결과 P값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1차 평가변수에서 아바소파셈 투여군이 중증 구강점막염 발병률이 16% 상대적으로 감소했으나, P값이 0.113이 나왔다. 2차 평가변수는 중증 구강점막염 지속기간이 아바소파셈 투여군에서 56% 감소, P값은 0.011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
갈레라테라퓨틱스 멜 소렌센(Mel Sorensen) 사장 겸 최고책임자는 “이전 시험처럼 데이터에서 중증 구강점막염의 발생률, 기간 및 중증도가 감소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 임상 시험의 1차 평가변수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하지 못했고, 이 사실에 놀라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갈레라테라퓨틱스의 주가는 나스닥 시장에서 하루 만에 70% 이상 폭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