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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심사 보다 중요한 건 '본질'과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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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I 2026.10.26 15:2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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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성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이사 인터뷰
10년 딥테크 투자 데이터 담은 자체 플랫폼 ‘래티스’
“속도보다 깊이”…AI로 심사역 ‘고민의 밀도’ 높이고자
기업 관리 넘어 글로벌 흐름·신규 투자 영역까지 예측

이 기사는 2026년10월26일 14시25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함으로써 오히려 심사역은 스타트업 한 곳 한 곳을 더 깊게 들여다보고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도록 '고민의 밀도'를 높여야 합니다."

국내 벤처캐피털(VC)과 액셀러레이터(AC)들이 잇따라 'AI 심사역'과 같은 AI 기반 투자 시스템을 내놓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인성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이사는 오히려 투자의 본질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는 최근 그와 만나 AI 시대 투자사의 역할과 하우스의 자체 투자관리 플랫폼 활용 방향을 물었다.

이인성 이사는 국내 딥테크 전문 투자사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서 자체 투자관리 플랫폼 '래티스(LATTICE)' 프로젝트를 이끄는 인물이다. 이 이사는 래티스를 또 다른 AI 심사역으로 만드는 데 궁극적인 목표가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사람과 AI의 영역을 나누기보다 자연스럽게 업무에 AI를 녹여 그 과정에서 하우스가 고민의 깊이를 더하는 방식으로 활용한다는 뜻이다.

이인성 블루포인트 이사. (사진=블루포인트)
이인성 블루포인트 이사. (사진=블루포인트)






더 빨리보다 더 깊게에 방점…10년 축적 데이터가 차별점

블루포인트는 AI 열풍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투자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활용하기 위한 기반을 닦아왔다. 엑셀 등에 흩어져 있던 정보를 통합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내부 개발 인력을 두고 투자 관련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식이다.

격자를 뜻하는 래티스는 스타트업과 투자 정보 등 여러 데이터를 서로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붙여졌다. 블루포인트는 2022년 하반기부터 해당 플랫폼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 이사는 투자 업계에 AI 심사 시스템 도입이 확산하고 있지만 블루포인트가 바라보는 방향은 다소 다르다고 설명했다. 투자 후보 기업을 더 많이, 더 빠르게 걸러내기보다는 심사역이 투자의 본질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AI가 도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이사는 "내부에서 (AI보다) 사람의 판단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심사역은 계속 고민하고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이사는 이어 "따라서 우리 하우스에 AI 플랫폼을 도입할 때 단순히 투자 효율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심사역들이 고민할 때 밀도를 높일 수 있도록 더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철학은 투자자뿐 아니라 스타트업 입장에서 고민한 결과다. 그는 "스타트업은 투자사가 자신들이 지닌 역량과 철학을 갖고 팀을 제대로 봐주길 원한다"고 꼬집었다.





기업 발굴과 관리 넘어 '예측모델'로 고도화

블루포인트가 이 같은 방향을 택할 수 있던 배경에는 오랜 기간 축적한 데이터가 있다. 하우스는 지난 10여년간 초기 기술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해왔다. 하우스가 축적한 판단과 논의과정은 데이터로 차곡차곡 쌓였다. 하우스는 이를 토대로 자사의 투자철학과 판단기준을 반영한 '골든 데이터셋'을 구축했다.

블루포인트가 내세우는 슬로건 중 하나는 '퍼스트 인베스터, 세컨드 팀(First Investor, Second Team)'이다. 초기 기술 기업의 첫 투자자가 되는 동시에 단순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닌 창업팀의 또 다른 팀원처럼 함께하겠다는 의미다. 심사역들은 기술 자체가 우수한가뿐 아니라 해당 기술이 자본시장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살핀다. 또 기술의 발전과 고도화가 어떤 영향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촘촘히 분석한다.

이 이사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아니라고 본다"며 "중요한 건 도메인 지식과 경험, 그리고 이를 활용해 어떻게 고민하느냐"라고 했다. 그는 이어 "뛰어난 AI 개발자가 시스템을 개발하더라도 우리 하우스가 지닌 투자철학과 핏은 결국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회사 철학과 기준을 바탕으로 래티스는 △기업 발굴 △투자 검토 △포트폴리오 관리 등 심사역 업무 전반을 지원한다. 구체적으로 스타트업을 심사역 개별 관심 분야와 투자 이력에 따라 연결해준다. 이때 기업 정보를 블루포인트 기준에 맞춰 요약하고 정리해준다. 기존 포트폴리오사가 위험 신호를 보이거나 변화할 경우 심사역에게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기업 간 비교·분석도 제공한다.

이 이사는 현재 단계를 '데이터 투 액션(Data to Action)'으로 봤다. 이미 축적한 데이터를 실제 투자 집행과 판단에 연결하는 단계다. 블루포인트가 준비하는 다음 단계는 '데이터 투 인텔리전스(Data to Intelligence)'다. 이 단계에서는 단순 관리에서 벗어나 글로벌 산업·기술 흐름과 외부 리서치를 투자 데이터에 연결할 계획이다. 향후 성장 가능성이나 신규 투자 영역을 예측하는 기능까지 더할 전망이다.

그는 "모든 리서치를 래티스에 집어넣는 건 의미가 없다"며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리서치할지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이어 "각 심사역이나 우리 하우스가 관심을 두고 있는 영역과 이미 투자한 영역, 여기서 더 나아가 포트폴리오사가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 하우스가 새롭게 발굴해야 할 영역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붙여갈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블루포인트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이유는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투자사가 창업자를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해진다는 믿음에 있다. 하우스 심사역들은 매년 2000~3000곳에 달하는 기업을 검토한다. 그러나 실제 투자까지 이어지는 기업은 일부에 불과하다. 투자업 자체가 수많은 기업을 끊임없이 평가하고 판단하는 일이다. 그는 여기에 AI까지 결합하면 자칫 투자 과정에서 인간적인 부분이 약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AI를 잘 활용한다는 건 방법과 형태지 그 자체가 본질은 아니다"며 "AI가 고도화하고 우리 일상 속으로 파고들수록 오히려 창업자를 존중하고 그들의 꿈에 상상력을 보태 더 큰 꿈을 꾸도록 돕는 투자사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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