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美·日 금리 변화 기대에 환율 1420원대…설 연휴 반등 요인은

이정윤 기자I 2025.01.24 15:04:14

장중 1428.3원 터치, 한 달여 만에 ‘최저’
트럼프 금리인하 압박에 강달러 완화
일본은행, 금리 0.5%로 인상…17년 만에 최고
설 연휴 FOMC·트럼프 발언 주목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나섰고, 일본은행이 새해 첫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했다. 미국와 일본의 금리 변화가 감지되면서 원·달러 환율 레벨이 낮아졌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등에 설날 연휴가 끝난 이후엔 환율이 다시 꼬리를 들 수 있다.

◇트럼프 금리인하 압박+BOJ 금리인상

사진=AFP
24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후 2시 54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437.3원)보다 5.4원 내린 1431.9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개장 직후 1440원 턱 밑까지 올랐던 환율은 점차 하락 폭을 확대했다. 오후 12시 1분에는 1428.3원을 터치했다. 이는 장중 저가 기준으로 지난달 16일(1428.0원) 이후 약 한 달 만에 최저치다.

개장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겨냥해 금리 인하 압박을 넣기 시작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힘을 받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트럼프는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화상으로 송출한 기조연설에서 “나는 즉각 금리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으로도 금리는 우리를 따라 내려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연준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함으로써 사실상 연준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한 압박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되면서 달러 강세 부담이 덜어졌다.

개장 이후에는 일본은행(BOJ)이 이날까지 이틀간 개최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현재 ‘0.25% 정도’에서 ‘0.5% 정도’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 단기금리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2008년 10월 이후 약 1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앞서 BOJ는 지난해 3월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17년 만에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고, 지난해 7월 금리를 0∼0.1%에서 0.25% 정도로 올렸다.

일본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좁혀지자 엔화는 강세를 나타냈다. 달러·엔 환율은 156엔대에서 155엔대로 내려왔다. 다만 BOJ 내에서 만장일치 인상이 아닌, 동결 의견 1명이 존재하면서 엔화 강세 폭은 제한됐다.

엔화 강세로 인해 달러화의 힘은 더욱 약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8포인트를 상회하던 것에서 107.72포인트까지 떨어졌다. 달러·위안 환율도 7.28위안대에서 7.24위안대로 급락하며 위안화 강세다.

국내 수급도 ‘달러 팔자’가 우위를 나타내며 환율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위험선호 심리에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증시에서 2600억원대를 순매수하고 있다. 또 설날 장기 연휴를 앞두고 수출업체에서 막판 네고(달러 매도)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임환열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BOJ 금리 인상이 환율 하락에 영향을 줬지만,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 대기하는 심리와 1명의 동결 소수의견으로 인해 엔화가 급하게 강세로 돌아서지는 않았다”며 “네고 물량이 더 많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에다 회견 경계…설 연휴 ‘트럼프 입’ 주목

사진=AFP
우에다 총재가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향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칠 경우 엔화는 추가 강세를 나타내며 환율도 1420원대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할 경우 엔화는 되돌림을 나타내며 환율도 1430원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 국내 외환시장은 설 연휴로 인해 4일간 휴장에 들어간다. 이 기간 연준은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연다. 이달 금리 동결은 기정사실이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향후 통화정책 방향성을 가늠할 중요한 이벤트다.

또한 연휴 기간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 정책이나 금리, 유가 등에 대해 다양한 발언을 쏟아낼 수 있다. 연휴 이후 이같은 이벤트를 모두 소화하며 환율은 다시 급등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임 이코노미스트는 “연휴 기간 FOMC보다는 트럼프 발언에 더 주목해야 한다”며 “2월 말로 가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쪽으로 윤곽이 잡혀질 듯 해, 다음달 중하순 쯤에는 계엄으로 인한 환율 급등세는 다 되돌려질 듯 하다”고 전망했다.

소재용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철회가 아닌 유보 상황인 만큼 다음주 연휴 동안 트럼프 입장이 수시로 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양호한 고용으로 연준의 다급함이 후퇴한 만큼 1월 FOMC에서 금리 동결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일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과 12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예상치를 넘어설 경우 통화 정책 경로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며 “다만 트럼프의 유가 하락과 금리 인하 촉구로 시장의 엇갈린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