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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철강기업 클리프스의 루렌코 곤칼베스 최고경영자(CEO)는 클리프스 산하 AK스틸 인수 5주년을 기념해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계획을 저지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미국 우선주의가 필요하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인수 저지 명령에 정당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본제철이 인수 계획을 철회하면 US스틸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곤칼베스 CEO는 “(인수) 계획이 있다”며 “미국의 국가 안보를 지킬 수 있는 것은 클리프스뿐”이라고 강조했다.
일본과 일본제철에 대한 비판 수위도 높였다. 곤칼베스 CEO는 “일본은 중국보다 더 악랄하고 끔찍하다”고 주장하며 과거 일본제철이 중국 국영 바오산강철과 합작사를 통해 중국에 철강 과잉생산과 덤핑(불공정 저가판매) 방법을 전수했다고 비난했다. 일본제철은 작년 바오산강철과의 합작사업을 종료했다.
곤칼베스 CEO는 “노동자가 중심이 되고 제조업으로 중산층을 회복해야 한다”며 “클리프스와 같은 미국인이 경영하는 기업이 선두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리프스는 이전 US스틸과의 인수경쟁에서 일본제철에 밀렸다. 클리프스는 US스틸을 72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가 US스틸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이후 일본제철은 거의 2배가량인 141억달러에 US스틸을 매수할 계획이라고 2023년 12월 발표했지만, 미국 정치권 및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미 정부의 불허로 인수 계획이 좌초됐다.
이런 상황에서 콘칼베스 CEO는 일본제철이 US스틸 인수에 실패하게 된다면 클리프스가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다만 구체적인 인수 계획에 대해서는 “가정이나 추측에 대해 답할 수 없다”고 언급을 피했다.
안갯속이던 클리프스의 US스틸 인수 계획에 대한 구상이 전해졌다. 클리프스가 경쟁사인 뉴코어와 협력해 US스틸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13일(현지시간) CNBC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클리프스는 US스틸을 현금으로 인수한 뒤 US스틸의 자회사인 빅리버스틸을 경쟁사인 뉴코어에 분리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클리프스가 제시한 인수가격은 주당 30달러대로 앞서 일본제철이 제시한 주당 55달러의 인수가격보다 대폭 낮은 수준의 ‘헐값’ 인수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는 미국 내 고로 및 자동차용 강판 생산에서 10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게 돼 독점 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일본제철의 인수 계획을 심사한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바이든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인수 계획 철회 기한을 기존 2월 2일에서 6월 18일로 연장키로 했다. 이와 관련 곤칼베스 CEO는 “중대한 문제가 아니”라며 차기 행정부로의 이양과 CFIUS의 개편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새로운 CFIUS는 다시 2월 2일로 변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불허에 대해 “절대적으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곤칼베스 CEO는 “트럼프 당선인은 처음부터 지지하겠다고 했으며, 나는 그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일본제철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일본제철은 경쟁력을 가져올 기술과 투자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파트너”라고 반발했다. 일본제철이 중국에 철강을 과잉생산하고 덤핑하는 방법을 가르쳤다는 주장에 대해선 “편향된 고정관념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일본제철은 US스틸과 함께 CFIUS를 상대로 불허 명령 무효화와 재심사 청구 소송을 미 연방 항소법원에 제기했다. 아울러 클리프스와 데이비드 맥콜 미국철강노조 위원장 등이 US스틸 인수를 저지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위법 활동을 했다고 판단해 이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별도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