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아이칸과 함께 월가에서도 가장 공격적인 기업 사냥꾼이자 대표적인 행동주의자로 꼽히는 펠츠 회장은 지난 2015년에도 미 대표 종합화학기업인 듀폰과 위임장 대결을 펼친 바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는 투자한 기업에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과 같은 기본적인 권리는 물론 구조조정, 인수·합병(M&A), 경영진 교체 등까지 요구하는 투자자를 뜻한다.
펠츠 회장은 P&G 이사회 1석을 확보하기 위해 위임장 대결에 나설 계획이다. P&G는 시가총액 2220억달러로 위임장 대결의 표적 기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미국에서 가장 큰 기업 중 한 곳을 흔들어놨다는 것만으로도 펠츠 회장의 이번 결정은 주주 행동주의 운동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트라이언펀드는 약 33억달러 규모의 P&G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2월부터 펠츠 회장의 이름을 이사회에 올릴 것을 촉구해 왔다. 하지만 P&G는 지난 주 거부 의사를 밝혔다. P&G는 성명을 통해 “이사회는 회사가 변화를 통해 생산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회사의 (현재) 전략, 계획 및 관리에 대해 한 뜻으로 지지하고 있음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에 펠츠 회장은 오는 10월 개최 예정인 P&G 연례 주주총회에서 재차 이사회 의석을 요구할 계획이다. WSJ은 펠츠 회장이 이르면 이날 공식 선언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펠츠 회장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우리(트라이언펀드를 비롯한 투자자)는 P&G의 경영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되는데, 현재 이사회는 너무 호의적이다”라고 지적했다.
P&G가 펠츠 회장의 타깃이 된 것은 글로벌 경기악화, 자금난, 신생기업들과의 경쟁 등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P&G의 주가는 지난 10년 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물론 경쟁 업체들이 포함된 소비재업종 지수보다도 좋지 못한 성적을 거뒀다고 WSJ는 전했다. 최근 1년 동안에도 P&G의 수익률은 배당을 포함해 4%에 그쳐 같은 기간 S&P500 지수의 16%에 크게 못미쳤다. 트라이언펀드는 P&G가 다른 기업들에게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거나 비용절감을 수익으로 전환시키는데 재빨리 대응하지 못했다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