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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비전의 자금 지원은 한화 그룹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아워홈 인수 주체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지만, 김동선 부사장이 이끄는 식음료(F&B) 부문의 보유 현금이 부족한 탓에 현금 여력이 풍부한 한화비전이 지원에 나섰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지난해 3분기 말 현금성자산은 1294억원, 한화갤러리아는 452억원에 그친 반면 한화비전은 2794억원을 보유했다.
한화는 굵직한 인수합병(M&A)마다 그룹사 차원의 자금 지원이 활발한 곳으로 통한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한화오션(042660) 인수자금 2조원 중 절반인 1조원을 부담했고, 이어진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3126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당시 한화오션 인수를 위해 △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포르 △한화컨버전스 등이 출자와 유상증자 등에 힘을 보탠 바 있다.
특히 아워홈 인수는 한화가 4년 만의 급식 사업 재진출 도전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 2020년 식자재 유통과 단체급식 사업체인 푸디스트를 국내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에 1000억원에 매각하며 급식 사업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김동선 부사장이 그룹 내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조(兆) 단위 아워홈 인수로 재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한화비전 주주들은 3000억원 규모 자금 유출 소식이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특히 한화비전이 올해 초 한화정밀기계와 기타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해외 법인을 100% 자회사로 둔 통합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기존 보안 사업 외에도 HBM 제조에 필수인 첨단 후공정 장비 TC본더와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 등을 주력 사업으로 내걸면서다.
특히 한화그룹이 아워홈 인수 후 5년 내 기업공개(IPO)를 약속하면서 중복 상장에 따른 ‘모회사 디스카운트’도 우려 요인이다. 향후 자회사 상장에 따라 모회사 기업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아워홈 인수 주체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물론 자금 지원에 나선 한화비전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상장을 조건으로 재무적 투자를 유치할 경우 결국 잠재적 중복 상장 상태가 된다”며 “이 경우 주가 하락으로 소수 주주는 손실을 보지만, 지배주주는 지배력을 유지하는 이해상충 관계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