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지배구조 바꿔 기업가치 3.4조 높인다"…주주 호소 나선 MBK

허지은 기자I 2024.12.10 14:34:33

[마켓인]
10일 소공동 롯데호텔서 기자간담회
액면분할·자사주 전량 소각 등 주주 환원
"거버넌스 개혁으로 주주가치 제고"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방안‘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고려아연의 본질적 기업가치는 14조원이라고 본다. 하지 않았을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개선될 주주 가치가 3조4000억원이 넘는다. 지배구조 전면 개혁으로 주주 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다”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010130)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회에 진입한 후 액면분할과 자사주 전량 소각, 소수주주의 분리선출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을 골자로 한 주주 환원 계획을 공개했다. 고려아연의 무너진 지배구조를 바로잡아 최소 3조4000억원의 주주 가치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 가치 회복’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은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최근 3년간 지배구조 문제로 주주 환원이 줄어들고 있다”며 “(MBK파트너스는) 아직 회사의 외부자이기 때문에 이사회에 우선 진입해 정기 주총에서 주주 환원 계획을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본질적 기업가치를 14조원으로 평가했다. 경영권 분쟁이 발발한 지난 9월 13일 시가총액(13조7884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이후 고려아연 주가가 치솟으면서 시총은 지난 5일 41조4066억원을 넘었고, 이날도 31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주주환원·주주참여·거버넌스 개선 계획 공개

우선 MBK파트너스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식 액면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로 유동물량이 많이 줄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식 액면분할을 추진할 것”이라며 “주식 유통량 문제는 유상증자가 아닌 액면분할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액면분할 후 주가가 우상향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5대1 혹은 10대1의 분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 진입 즉시 고려아연이 기보유한 자사주 253만9726주(지분 12.3%)도 전량 소각한다. 또 자기자본비용(COE)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고려해 배당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주기적으로 공시해 배당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주주참여 방안으로는 분리선출 사외이사(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를 소수 주주가 추천한 후보 중에서 선임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주주권익 보호를 담당하는 사외이사를 이사회 결의로 지정하는데, 현재 MBK·영풍 연합이 제안한 14인의 신규 이사 후보 가운데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이 이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고려아연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선 투자심의위원회와 ESG·양성평등위원회를 신설하고 내부거래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한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투자활동에서 일정 규모 이상, 본업과 무관한 거래를 엄격하게 검증해 원아시아파트너스, 이그니오홀딩스 투자와 같은 검증되지 않은 투자활동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 “영풍 콜옵션 행사가, 경영권 프리미엄 적용”

MBK파트너스는 시장에서 제기된 의혹과 고려아연의 입장에 대해서도 해명에 나섰다. 영풍과 맺은 경영협력계약 당시 나온 콜옵션 행사 가격에 대해선 “합의 당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고정된 가격을 설정했다”면서도 구체적인 가격은 비밀유지약정과 주가 영향 등을 고려해 밝힐 수 없다고 답변했다. 콜옵션 행사 시기는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점이 될 것이라 밝혔다.

고려아연이 속한 제련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지적에 대해서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은 기술력은 충분하지만 기업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곳이다. 고려아연의 전문 경영진을 주요 주주의 속박에서 해방시키고 집행임원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웨이, KT렌탈, 두산공작기계, 대성산업가스, 오렌지라이프 등 독특한 산업 구조를 가진 회사를 인수해서 전문 경영진과 협력하고 소통해서 성공적인 투자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20년 뒤에도 잘 나갈 수 있는 회사는 오늘 현재 회사가 잘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좋은 임원들로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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