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유 방출에도 유가 급등 왜?…”공급부족 보전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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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경 기자I 2026.03.12 11:23:43

IEA, 비상 비축유 4억배럴 방출 합의…사상 최대 규모
국제 유가는 오히려 5% 가까이 급등
비축유 방출 하루 500만배럴 못 넘길 전망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 공급물량 대체 어려워
이란 선박 공격 격화에 따른 우려 확산도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지만 국제 유가는 오히려 급등했다. 이번 방출만으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공급 부족을 보전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데다 해협을 둘러싼 긴장도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시장 불안을 키웠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유소에서 갤런당 5달러가 넘는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사진=AFP)
11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91.98달러로 전장보다 4.8%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7.25달러로 전장보다 4.6% 상승했다.

주요국이 비상 비축유를 사상 최대 규모로 시장에 풀기로 약속했지만, 이란 전쟁 지속에 따른 글로벌 공급 부족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IEA는 이날 32개 회원국이 비상 비축유 총 4억 배럴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주요 7개국(G7)이 움직이기 시작한 뒤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불과 3일이 걸렸다. 미국은 전략비축유(SPR) 1억 7200만 배럴을 방출할 계획이다. 한국도 소비량에 비례해 2250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한다.

4억 배럴의 방출 규모는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총 1억 8270만 배럴 방출 규모와 비교해 2배가 넘는 수준이다. IEA 회원국이 보유한 비축량(12억 배럴) 중 약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비축유 방출 소식이 유가를 억제하지 못한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공급 부족을 비축유 방출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있다.

현재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은 하루 1억 배럴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며, 전쟁 전에는 전체 20%인 하루 2000만 배럴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공급됐다. 이번 비축유 방출로는 이 물량을 모두 대체하긴 어렵다.

영국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하마드 후세인 연구원은 “공동 방출을 통해 하루 500만 배럴 이상을 시장에 공급하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공동 방출의 최대 규모도 하루 250만 배럴이었다”며 “비상 비축유는 위기 상황에서 완전한 대체 공급원이 아니라 충격을 완화하는 완충 장치로 설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비축유 방출에는 시간이 소요되고 방출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상품 트레이더는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비축유 방출은 경매를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 절차 등이 필요하다”며 “오늘이나 내일부터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조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 조사기관 야데니리서치를 이끄는 에드워드 야데니는 “비축유 방출에 대한 기대는 이미 전날 유가 하락 당시 시장에 선반영돼 있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더 고조되고 있는 상황도 이날 유가 급등을 이끌었다. 이번 방출 결정은 해협 주변에서 선박 공격이 격화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발표됐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경고를 무시한 채 운항했다며 이스라엘, 태국, 일본 선적 등 외국 선박 4척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또 이라크 영해에 정박 중인 해외 유조선 2척도 공격했는데, 이는 공격 범위를 페르시아만 전역으로 넓히고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이와 관련해 이란군 중앙군사본부 카탐 알안비야는 국영TV를 통해 성명을 내고 “미국과 이스라엘, 그들의 동맹국들에 소속됐거나 이들 나라의 석유 화물을 실은 어떠한 선박도 정당한 표적으로 간주될 것”이라며 “유가는 당신들이 불안케 한 역내 안보에 달린 것인 만큼 배럴당 200달러를 각오하라”고 위협했다.

이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영국 상품 브로커 마렉스의 에너지 애널리스트 사샤 포스는 “장기전이 될 경우 방출 효과는 더욱 약해질 수 있다”며 “공동 방출은 수주간의 시간만 벌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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