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의 임기가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그의 재임 기간은 그야말로 ‘거침없는 질주’였다.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 ELS, 대형 횡령, 부당대출 등 굵직한 금융사고에 대해 중간 결과를 공개하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무게를 둔 조치는 속도감 있게 집행했다. 최근엔 민주당이 추진한 상법 개정안 통과를 주장하기도 하고 김건희 씨가 연관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강력한 조사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원장이 소신 있는 공직자라는 평가를 받을수록 금감원 내부의 긴장은 더 고조되고 있다. ‘소신’의 무게는 결국 조직이 함께 짊어져야 할 부담으로 남는다. 최근 감사원이 금감원에 지난 3년간 중간검사 발표 사례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한 것은 단순한 행정 절차 그 이상이다. 금감원은 조사 과정 중 취득한 정보에 대해 엄격한 비밀 유지 의무를 지니는데 감사원은 금감원이 ‘비밀유지 의무 조항’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게다가 대선 국면 속에서 금융감독기관을 개편하려는 흐름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 내에선 금감원을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이원화하는 조직 개편 구상이 언급되고 있다.
금감원 외부로는 조용한 듯 보이지만 내부적으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불완전판매로, 고금리로, 부실대출로 고통받고 있다. 금감원이 손을 놓는 순간 피해자는 바로 금융소비자다.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더라도 한 치의 빈틈도, 방심도 허락해선 안 된다. 금감원은 어느 때보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장의 안정적인 관리감독을 이어가야 한다. 그것이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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