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지켜보는 국내 다른 주요 건설사들의 표정도 밝지 않다. 안정적인 그룹 일감과 더불어 엄격한 선별수주로 정평 난 업계 1위 삼성물산마저 지난해 매출·영업이익 모두 제자리를 걸은 가운데 DL이앤씨와 대우건설, GS건설 등 유수의 건설사 모두 예년 대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여기에 예기치 못한 일회성 비용 발생시 현대건설과 같은 신세를 면키 어렵다는 불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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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은 지난해 무려 1조 2209억원의 영업적자(이하 연결기준)를 기록했다고 22일 공시했다. 전년(7854억원) 대비 2조 63억원 줄며 적자전환한 결과로, 당초 증권가에서 예상(컨센서스)한 5781억원에 비해서도 1조 7990억원 가량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은 10.3% 늘어난 32조 6944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건설이 연간 기준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1년 이후 23년 만의 일이다.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에 직면한 국내 사업 수익성 악화에 더해 연결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전 등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지분 70.3%로 수주한 39억 7000만달러(한화 약 5조 8000억원) 규모 플랜트 사업으로 올해 9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전의 경우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이 각각 55.0%, 45.0% 지분율로 조인트벤처를 이뤄 2021년 수주했다. 사업 규모는 2조원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른 데 더해 인도네시아에서 일부 공정업무 관련 발주처의 일정변경 요청이 이뤄지면서 공기가 지연되는 사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득이 공기를 맞추기 위해 돌관공사(장비·인원을 일시적으로 집중 투입해 속도를 내는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투입 비용이 크게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설계를 완료해 해보니 물량이 증가된 부분이 있었고, 공사기간 단축을 위한 비용도 추가로 발생하며 손실로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2023년 94.3%였던 매출원가율은 지난해 무려 100.6% 기록, 그야말로 지을수록 손해 보는 극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해외 대형 플랜트 일부 현장의 손실 반영에 따른 일시적 적자전환으로, 이어지는 실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규모 역시 선제적·보수적으로 반영된 만큼 향후 발주처와 협의에 진전이 있다면 손실을 축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부동산 경기가 침체일로를 걷고 있고 치솟은 공사비와 인건비로 공사원가 상승 요인도 여전한 만큼 올해도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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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실적을 발표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매출 18조 6550억원, 영업이익 1조 1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대비 각각 3.4%, 3.2% 줄어든 아쉬운 성적을 냈다. 회사 관계자는 “대외 환경 변화 등으로 전년대비 매출과 이익은 소폭 감소했으나 수익성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생산설비 등 안정적 일감 확보와 더불어 철저하게 사업성을 따지는 선별수주 기조에 그나마 실적 악화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로, 다른 주요 건설사들의 분위기는 더욱 좋지 않다.
다음달 초 실적발표가 예정된 GS건설과 대우건설과 DL이앤씨 등은 모두 예년 대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선 다음달 6일 실적발표가 예정된 DL이앤씨가 지난해 매출 8조 909억원, 영업이익 271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년대비 매출은 1.3%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7.8% 줄어든 아쉬운 전망이다. 대우건설 역시 지난해 매출 10조 4421억원, 영업이익 3571억원으로 추정되며, 전년대비 각각 10.4%, 46.1% 부진할 것으로 봤다.
GS건설의 경우 매출은 5.2% 줄어든 12조 7375억원,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한 317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영업이익 흑자전환은 2023년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여파로 3880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2021년(6465억원)과 2022년(5548억원) 영업이익과 비교해선 절반 수준에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