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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리밸런싱 속도내는 SK…“올해는 미래투자 성과 내야”

이건엄 기자I 2025.03.14 18:56:52

SK㈜, 지난해 계열사 청산 26곳, 매각 57곳
비핵심 자산 정리하고 미래사업 중심으로 재편
시장서 “합리적” 반응 다수…“구조조정 효과 유효”
리밸런싱 힘 받기 위해선 “투자 성과 동반” 의견도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리밸런싱(Rebalancing,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SK그룹이 지난해 80곳이 넘는 계열사를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신속하게 정리에 나서면서 합리적으로 사업재편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시장에서는 SK의 리밸런싱 작업이 힘을 받기 위해선 올해는 미래사업 투자에 대한 성과가 동반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K서린타워 전경. (사진=SK)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034730)㈜ 가 지난해 청산 및 매각을 통해 정리한 계열사는 총 83곳으로 전년 37곳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SK㈜는 SK하이닉스(000660)와 SK디스커버리(006120) 계열을 제외한 그룹 주력회사들을 연결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같은 기간 청산한 계열사는 17곳에서 26곳으로 9곳 늘었고, 매각한 계열사는 20곳에서 57곳으로 37곳 증가했다. 정리된 계열사 중 대표적인 곳으로는 SK렌터카가 있다. SK네트웍스(001740)는 보유하고 있던 SK렌터카 지분 100%를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 8200억원에 매각했다.

매각 기업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된 SK스페셜티 역시 매각예정자산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SK㈜는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열고 SK스페셜티 지분 85%를 2조7000억원에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승인했다.

청산과 매각 외에도 SK는 흡수합병을 통한 경영효율화 작업에도 속도를 냈다. SK㈜가 지난해 흡수합병을 통해 연결제무재표 작성대상에서 제외한 계열사는 총 19곳이다. 이는 전년 11곳 대비 8곳 늘어난 수준이다.

이처럼 SK가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것은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리밸런싱 작업 영향이 크다. 이차전지를 비롯한 미래사업 투자 과정에서 불어난 차입금이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지면서 비핵심 자산에 대한 정리에 나선 것이다. 현재 SK는 우량자산은 내재화하고 미래먹거리는 사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재편 중이다.

시장에서는 SK㈜의 리밸런싱 방향성에 대해 합리적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비주력 계열사들이 빠르게 정리되면서 핵심사업과 미래먹거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진행한 신용평가전문가설문(SRE:Survey of credit Ratings by Edaily) 전체 응답자 중 11.8%에 해당하는 채권시장 관계자들이 SK의 구조조정 동향 및 경영전략 방향이 합리적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는 12개의 주요 대기업 집단 중 현대차(124명·37.4%)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순위다.

송종휴 한국기업평가 기업3실장은 “SK그룹이 지금까지 정리한 계열사들은 전반적인 신용도를 판단함에 있어 핵심 지위를 가진 곳은 아니다”라며 “이는 당초 전망했던 방향과 일치하는 부분으로 저금리 시대에 중복투자된 포트폴리오에 대한 정리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리된 계열사를 보면 중복 투자 지출 회사가 많았다”며 “그런 부분이 정리되는 과정은 리밸런싱 작업이 사업포트폴리오에 합리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SK가 올해에도 리밸런싱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지난달 그룹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0여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재무건전성 지속 강화’를 천명한 만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비핵심 자산 정리도 좋지만 리밸런싱 작업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미래사업의 투자성과가 나타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재편이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SK의 미래먹거리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성과를 내야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SK㈜의 차입금은 다수의 계열사를 정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증가세를 이어갔다. 비핵심자산 정리로 유입된 현금으로는 이차전지 등 미래먹거리 투자를 위해 조달한 차입금을 감당하기에는 제한이 따르기 때문이다.

실제 SK㈜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차입금은 82조8646억원으로 전년 78조9779억원 대비 4.9% 늘었다. 같은기간 단기차입금은 30조4077억원에서 34조7915억원으로 14.4% 늘었고 장기차입금은 48조5702억원에서 48조731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익명을 요구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SK의 리밸런싱 작업에 대해 시장에서도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사업재편 방향이 미래사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투자 성과가 발현돼야만 리밸런싱 작업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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