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트럼프 러브콜에 '일단 침묵' 선택한 北…대답은 언제쯤

김인경 기자I 2025.01.24 15:31:02

北 김정은 최고인민회의 불참하며 대미 메시지 내놓지 않아
"트럼프 2기 출범 직후인 만큼 지켜보겠다는 의미"
트럼프, 폭스TV 인터뷰에서도 ''나는 그와 잘 지낸다'' 언급
6월 중앙위~9월 최고인민회의서 김정은 구체적 발언 기대도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북한이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불참하며 ‘대미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두 차례에 걸쳐 북한을 언급한 만큼 김 위원장도 올 여름께 미국을 향한 발언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4일 북한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2차 회의가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며 회의에서 지난해 국가 예산집행 결산과 올해 국가 예산 등 7개의 안건이 상정됐다고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4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2차 회의가 22~23일 개최됐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새해 첫 최고인민회의는 통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석 없이 지난해 예산을 결산하고 새해 예산을 확정하는 데 집중한다.

이번 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직후에 열리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부터 김 위원장을 언급하며 ‘핵보유국(뉴클리어파워·Nuclear power)’이라고 말한 만큼 김 위원장이 대미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불참한 것으로 보이며 미국을 향한 메시지도 없었다.

회의는 올해 국가 예산이 “국가방위력의 중대한 변화를 가속하며 인민 경제 중요부문들에서 자립경제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투자를 집중”했다고 평가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리명국 재정상은 “올해 국가 예산에서는 지난해에 비하여 103.8%에 해당한 자금을 지출하게 된다”며 “국가 예산에서 지출총액의 15.7%에 해당한 자금을 국방비로 보장하여 우리의 자위적 힘을 멈춤 없이 강화하는 데 이바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예산총액에서 차지하는 국방비 비중은 15.7%로 작년의 15.9%보다 줄었다. 하지만 예산 총액이 늘어난 만큼 국방비 총액 자체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예산에 대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성과적으로 완수하고 인민 생활 향상과 과학, 교육, 보건, 문화를 비롯한 사회주의건설의 모든 분야의 전면적 발전을 담보할 수 있게 편성됐다”고 밝혔다.

또 헌법 개정과 관련해 영토조항 등 ‘적대적 두 국가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중앙재판소와 중앙검찰소의 명칭을 최고재판소, 최고검찰소로 변경하는 내용만 다뤄졌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 결과를 연초 최고인민회의 형식으로 승인을 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남·대외 메시지가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예단할 수 없으나 김 위원장이 불참한 상황에서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여 대외 메시지 발표에 신중을 기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핵보유국)’이라 말하며 만나고 싶다고 밝혔지만 취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데다 아직 행정부의 대북정책도 명확하지 않은 만큼 북한이 바로 대미 메시지를 보낼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시정연설 부재는 올해 대미·대남 관계에서의 신중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트럼프 2기 출범 직후인 점에서 앞으로 미국의 대북정책 향방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뿐만아니라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와 관련한 헌법개정도 이번에 하지 않은 것 역시 한국의 국내 정치상황을 봤을 때 굳이 대남메시지를 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북한이 트럼프 2기의 대북정책이 수립되고, 본격적인 집권에 돌입하면 올 여름이나 가을께 대미 메시지를 발신하며 본격적인 국제 무제 행위자로 등장할 것이란 판단도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에 이어 김 위원장과의 대화에 대한 의지를 또다시 피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공개된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다시 연락을 취해 보겠느냐(reach out)’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I will)이라고 답했다. 또 집권 1기 북미 정상외교에 대해 “나는 그 문제(북핵 등)를 해결했고, 나는 그와 잘 지냈다”고 주장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미국의 대북 적극성, 의도 및 계산법 등을 판단한 후 반응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통상 상반기를 결산하는 6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대미전략 관련 입장 표명 가능성이 있고, 하반기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 때까지 전개된 북미 메시지 교환 수준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구체적 내용 발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9년 비무장지대(DMZ)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 AFP]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