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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기둔화는 의도한 시나리오” S&P500 바닥 찍나

김상윤 기자I 2025.03.11 15:26:22

'단기적 고통' 인정한 트럼프 대통령에 월가 충격
골드만삭스·JP모건 美성장률 낮추고 침체확률 상향
중장기적 성장 원하는 트럼프 정책 역풍시 '침체의 늪'
월가, 약세장 전환 관측은 적지만…단기적 조정불가피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정책 및 지출삭감 등으로 최근까지 강세를 보였던 미국 경제가 주춤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글로벌 무역의 균형을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단기적 고통’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증폭되는 분위기다. 월가에서는 일제히 미국 경제 성장률 조정에 나섰고, 미국 증시 전망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AFP)
◇골드만삭스·JP모건 美성장률 낮추고 침체 확률 상향

월가에서는 트럼프 정책으로 미국 성장세 둔화 위험이 커졌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미 경제가 경기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여전히 낮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날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무역 정책 가정이 훨씬 더 부정적으로 변했고, 행정부가 관세로 인한 경제 상황이 단기적으로는 약세이길 기대하고 있다”며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1.7%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훨씬 더 나쁜 지표에 직면하더라도 기존 정책에 계속 집착할 경우 침체 확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 경제가 향후 12개월 내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20%로 종전 대비 5%포인트 소폭 상향 조정했다. 현재로서는 경기침체가 아직 기본 시나리오는 아닌 셈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7일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5%로 낮췄다. 내년 성장률은 기존보다 0.1%포인트 낮은 1.2%로 수정했다. JP모건은 올해 경기침체 위험을 연초 30%에서 40%로 높이면서 “극단적 경제 정책이 지속될 경우 올해 경기 침체에 빠질 실질적인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단기적 경기침체를 바라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경기가 둔화할수록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시중금리는 떨어지고 유가 하락도 꾀할 수 있다. 아울러 올해 9조2000억달러 부채 만기 또는 재융자 를 앞두고 금리를 낮춰 비용을 낮추고, 달러가 약세로 돌아선다면 누적된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감세 정책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커진다.

AGF 인베스트먼트의 수석 미국 정책 전략가인 그렉 발레리는 “올해 경기가 둔화하고 내년 초 경기가 회복되면 트럼프는 이를 본인의 치적으로 자랑할 수 있다”면서 “그는 올해 말 예상되는 감세 패키지로 경제를 침체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라고 말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투자은행 스티펠의 수석 정책 전략가인 브라이언 가드너도 “경기 침체가 일찍 발생할수록 유권자들은 이전 행정부를 더 많이 비난할 것이고 경기침체가 늦게 발생할수록 현 정부에 대한 비난을 쏟아낼 것”이라며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트럼프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엄청난 역풍을 일으키고 경기 침체의 늪에 더 깊숙이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전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을 역임한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소셜미디어 X에 “장기적 이익을 위해 단기적 고통을 수반하는, 신뢰할 수 있는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면 주식시장은 하락하지 않고 상승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시장을 역행하고 있는 만큼 결국 실패할 것이라는 경고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가 심각한 표정으로 태블릿PC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AFP)
◇월가, 약세장 전환 관측은 적지만…단기적 조정불가피

미 성장률 둔화에 따라 투자자들도 이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미국 증시가 약세장(bear market)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은 많지는 않지만, 일단은 단기적으로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주식 약세론을 주장했던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미 주식 전략책임자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55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날 고객에게 보낸 메모에서 “트럼프 관세 리스크와 재정적 제약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상반기 S&P500 예상 범위의 하단은 약 5500 수준”이라며 “올해 말 기준으로 S&P 500의 기본 시나리오 목표치는 6500이지만, 시장이 당분간 성장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변동성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처럼 성장이 둔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통화정책을 완화하지 않는 이상, 현재로서는 상대적 가치 투자에 집중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식이나 자산군을 매수하고, 고평가된 자산을 피하거나 매도하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월가 투자은행 에버코어ISI는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과 경제 불확실성으로 S&P500지수가 520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버코어ISI는 이날 보고서에서 기본시나리오는 올해말까지 S&P500지수가 6800선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5% 아래로 둔화하고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3%를 초과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52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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