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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이른바 ‘노원구 세모녀 살인사건’이 드러난 다음 날인 2021년 3월 24일 스토킹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해 2021년 10월 21일부터 시행됐다. 종합적인 피해자 보호 제도 마련을 위해 2023년 7월 18일부터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고,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흉기를 휴대할 경우 최대 징역 5년, 가중처벌할 요소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징역형을 선고하고 일반 스토킹은 최대 3년까지 강화된 양형 기준을 적용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조미선(36·변호사시험 4회)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토킹처벌법은 행위자가 추가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이를 억제하고 처벌할 수 있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실제 선고된 형량은 여전히 낮은 편”이라며 “스토킹행위가 특정한 침해적 형태로 발전하기 전까지는 강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은 스토킹범죄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사전적 조치로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일 이후 법원에 접수된 1심 판례 256개를 분석한 결과 벌금형은 54.1%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된 비율은 27.9%, 징역형이 선고된 비율은 13.9%에 그쳤다.
스토킹 피해자 보호조치로 마련된 △응급조치 △긴급응급조치 △잠정조치 제도와 관련해 기간 제한 문제가 피해자 보호의 지속성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호 조치 위반에 대한 대응 체계 부족 문제가 실질적 범죄 억지력을 약화시킨다는 설명이다.
이순혁(37·사법연수원 43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판사는 “피해자 보호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장 효과적이고 단기간 내 개선할 수 있는 조치는 응급조치와 잠정조치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스토킹 행위를 중단할 것을 명하는 잠정조치의 경우 최초 3개월에 더해 각 3개월 범위에서 2번 연장이 가능해 최대 9개월간 효력이 연장된다.
이 판사는 “항소심 및 상고심까지 고려할 때 긴급응급조치 및 잠정조치가 있은 때로부터 형사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며 “형사처벌 수준 강화는 사후적인 것으로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 보호수단과 예방수단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스토킹범죄나 상해나 사망에 이른 경우 등 일정 형태의 범죄의 경우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속한 피해자 지원을 위해서는 피해자 국선변호사 지원 시기와 범위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진희(55·40기) 대한법률구조공단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는 “스토킹 사건은 피해자의 신고 초기 경찰의 현장출동, 피해자 진술 청취, 응급조치 또는 긴급응급조치 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지난해 거제 교제폭력 및 스토킹 사망 사건은 피해자가 경찰에 10번이 넘는 신고를 했음에도 이를 스토킹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일반 폭행사건으로 간주하면서 초동대처의 심각한 오류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신 변호사는 “스토킹 사건 신고 초기에 국선변호사가 피해자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법률 지원 대상과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며 “이 외에 아동학대 사건과 가정폭력 사건처럼 스토킹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스토킹처벌법을 해석함에 있어 스토킹범죄 유형에 따라 피해자 보호의 필요성과 스토킹행위자의 기본권 제한 우려를 적절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대현(36·43기) 인천지방법원 판사는 “스토킹 행위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인식,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고 단절하는 방식, 관계의존성 등의 차이에서 비롯되고 이것이 사회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도 최근 일이라 정당한 이유, 불안감 또는 공포심, 지속성 또는 반복성 등 불확정개념의 판단에 있어 각자의 경험, 가치관, 성향 등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며 “피해자 보호와 과도한 기본권 제한 방지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