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정일우(37)가 밝힌 연극의 무게감이다. 정일우는 2010년 ‘뷰티풀 선다이’로 첫 연극에 출연한 뒤 꾸준히 무대를 찾고 있다. 2018년 병역을 마친 뒤 이듬해 복귀작으로 택한 작품도 연극(‘엘리펀트 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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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우가 연극의 무게감을 언급한 이유는 몰리나 때문이다. 몰리나는 자신을 여성이라 생각하는 성 소수자 캐릭터다. 감옥에서 만난 발렌틴에게 모종의 음모를 갖고 다가가지만, 그 과정에서 발렌틴을 향한 사랑을 느끼며 고뇌하는 인물이다. 처음 작품 제안을 받았을 땐 두려움이 앞섰다. 절친한 배우이자 ‘거미여인의 키스’에 먼저 출연했던 정문성이 “이 작품을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해 출연을 결심했다.
정일우는 “몰리나가 지닌 유리알처럼 쉽게 깨질 것 같은 유약한 부분이 저에게도 있어 그런 점을 극대화해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몰리나만의 제스처를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몰리나가 지닌 사랑의 쓸쓸함과 애절함을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주는 사랑은 다른 차원의 모성애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발렌틴에게 모든 것을 바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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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우는 2006년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데뷔한 뒤 드라마, 영화를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그런 그를 연기로 이끈 것은 바로 연극이었다. 배우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던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친구를 따라 멋모르고 연극반에 들어갔다 연극의 매력에 빠졌다. 정일우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우’의 병태 역을 맡아 방학 내내 연습했다”며 “연기를 통해 새로운 감정을 느끼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배우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거미여인의 키스’는 오는 31일 막을 내린다. 정일우는 “저는 부족함이 많은 배우”라며 “부족함을 계속 채워가면서 마지막 공연 때는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연극 무대도 계속해서 찾을 생각이다. 정일우는 “숨은그림찾기처럼 캐릭터의 깊이와 매력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 고전 연극도 해보고 싶다. 40대가 된 뒤엔 황정민 선배가 출연했던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에 꼭 도전해 보고 싶다”고 전했다.
“정일우 하면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미지가 강하죠. 어릴 때는 그런 시선이 스트레스가 될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거침없이 하이킥’이 제가 배우를 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면서 좋은 작품을 만나 인정받는 직업이에요. 배우로서 계속 노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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