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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회사에서 성과급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는 지급 금액이 예상보다 적기 때문이다. 동종 업계에 비해 적다거나 지급 기준이 불투명해서라는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호(好)실적에도 왜 겨우 이 정도 성과급 밖에 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84%, SKT는 21.8% 성장했다.
직원들은 호황에 걸맞은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여파로 직장을 잃은 시민이나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든 소상공인 입장에선, 이미 고액 연봉에 수천만원을 더 받아가는 데 이마저도 부족하다고 하는 모습이 전혀 다른 세상 이야기로 느껴진다는 것.
이처럼 일부 업계의 호황과 성과급 소식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면서 기업 입장에선 또 다른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여당이 추진 중인 이익공유제와 사회연대기금 등에 대한 참여 압박이다. 자칫 ‘성과급 파티’로 비쳐 참여 타깃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대부분 힘든 상황에서 호황과 성과급 지급 사실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게 부담스럽다”며 “이익공유제 이야기도 나오는데 괜시리 압박 받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익공유제와 사회연대기금은 여당이 ‘코로나19 양극화’ 해소를 목적으로 추진 중인 대책이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협력사와 나누거나 기업이 기금을 조성해 협력사에 금융지원을 해주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강제성을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재계에서는 결국엔 기업 옥죄기로 변질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부담 때문에 사측이 성과급을 대폭 올려주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적이 좋은 데다 자금 여력도 상당히 남아있다는 식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좋은 실적을 보인 기업들은 이익공유제에 참여하라는 분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 ‘성과급 파티’를 벌일 순 없지 않느냐”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성과급 인상이 아닌 연봉 반납을 먼저 꺼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호황이 계속 이어지는 것도 아닌데 성과급 지급과 이익 공유로 미래 투자를 위한 곳간을 당장 헐어야 하냐는 지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설령 코로나19라는 요인으로 수혜를 입어 호실적을 냈다고 하더라도 당장 수년 뒤엔 힘들어질 수 있는 게 산업”이라며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격변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미래 투자를 위한 힘을 남겨둬야 하는 상황임에도 무조건 내놓으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