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넘겨진 '수사 외압 의혹' 이성윤, 무죄 가능성 있나

최영지 기자I 2021.05.17 17:48:46

2019년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수사 외압 혐의
법조계 "공소장과 이 지검장 주장 차이 커"
李 "출금 사건 개입·수사 외압 행사한 적 없다"
"사법 농단 사건서 ''직권남용'' 유죄…적용 범위가 쟁점"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 수사를 맡은 수사팀에 외압을 가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며, 앞서 기소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등과 함께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공소장에 기재된 혐의에 대해 조심스럽게 유죄 판단을 예상하면서도, 검찰이 주장하는 사실 관계를 법원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차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법조계에서는 이 지검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법원의 유무죄 판단과 관련해 다양한 예측이 제기된다. 공소장대로라면 이 지검장이 수사팀의 수사권을 방해한 혐의가 유죄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도 있지만 검찰의 공소 사실은 검찰의 주장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결국 이 지검장이 기소 전부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기에 법원이 사실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이 지검장이) 수사를 못하게 했다는 것과 결재를 안 해줬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수사권 방해의 범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직권남용이 인정되거나 인정되지 않을 것인데, 직접적인 방해 행위라기보다는 소극적인 의견을 제시한 정도로 볼 여지도 있어 유죄 판단은 이르다”고 설명했다. 또 “공소장은 검찰이 공소 제기를 하기 위해 작성한 것에 불과해 이 지검장 측의 입장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 지검장은 지난 2019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 중, 불법 출금 의혹 수사를 맡은 안양지청의 수사 계획 보고를 누락해 수사 중단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당시에는 이규원 검사가 서울동부지검의 내사 번호를 임의로 사용한 사실을 알고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추인을 요청한 혐의도 있다.

그는 기소 전부터 “출국 금지 사건에 개입한 사실이 없고 안양지청에 수사 중단 외압을 행사하지도 않았다”고 혐의를 줄곧 부인해 왔다.

이 지검장에 대한 유죄 판단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전직 고위 검찰 관계자는 “검찰 수사로 당시 출금 사건 수사에서 청와대로부터 하명 라인이 구축됐고 부정 지시의 교착점에 있는 사람이 이 지검장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대검 반부패부장으로서 직무에 벗어나는 일을 한 것으로 볼 수는 없지만 죄책을 면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 전 차관이 출국하는 게 맞았냐는 지적도 많지만 이는 마치 범죄자에게 적법 절차를 고지하는 미란다 원칙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그간 다양한 판단이 있었지만, 직무에서 벗어나 권한을 남용했다고 본 범위가 천차만별로 달라 법원 내부에서 쉽사리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으로 손꼽힌다.

최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전직 법관 중 처음으로 직권남용 혐의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다. 이때 재판부는 일반적인 직권 범위 내에서의 직권남용뿐만 아니라 직권 범위를 벗어났을 경우에도 직권과 관련이 있다면 유죄 판단해야 한다고 봐, 직권남용의 적용 범위를 넓게 봤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직전 사법 농단 등의 유죄 판례는 이 지검장에게 불리할 수 있다”며 “이 지검장이 직권을 얼마나 남용해 수사권을 방해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이 사건의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사건은 검찰 조직 내에서 검찰 간의 일인데 사법 절차를 통해 판단 받는 것이 맞나 싶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이 지검장 사건은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선일)에 배당됐고, 이 지검장은 변호인을 선임한 상태다. 같은 재판부의 심리를 받는 차 본부장과 이 검사의 재판은 다음달 15일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예정돼 있다. 수원지검 수사팀이 차 본부장 사건과의 병합을 신청했기 때문에, 재판부가 병합 여부에 대해 조만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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