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탄핵 정국 속 채권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 이벤트들이 어느 정도 해소될 때까지 크레딧 시장은 약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높다. 시장 참여자들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비교했을 때 결국은 불확실성의 해소 시점이 중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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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계엄령 직후 국내 정치적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을 반영하면서 약세를 보였으나 그 이후로는 강세와 약세를 오가며 금리수준을 탐색하는 모양새다.
채권시장에서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기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당시에도 국내 탄핵 정국과 함께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맞물린 상황이었다.
그 시기 외국인의 국채선물 순매도세가 강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0월 시작된 탄핵 정국 당시 한 달간 외국인은 3년 만기 국고채 선물 9만6000 계약을 순매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지난 4일에는 외국인이 7000만 계약을 순매수했으나, 이후 5~6일 양일간 8000만 계약을 순매도로 전환했다.
박성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말을 거치며 국정 혼란 장기화 불안감 대두되면서 외국인 국채선물 순매도 확대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오는 11월 금통위를 앞두고 선제적 금리 인하 기대하며 국채선물 순매수 포지션을 늘린 터라 향후 정치 불확실성이 고조될 경우 순매도 되돌림 폭이 클 수 있어 부담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시장 참가자들은 채권 금리 방향을 결정짓는데 있어서 국정 혼란 수습이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느냐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지난 2016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시장 예상과 일치하는 결과가 나와 채권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여론조사 결과와 일치하는 결과가 나와 오히려 불확실성이 제거된 것으로 시장에서 반응했기 때문이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탄핵 결정 이후에는 (국고채 금리가) 국내 정치 리스크 재료보다는 연준의 금리 인상 등 대외적 재료에 연동되는 방향성을 보였다”며 “현재 상황 역시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도 “정치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단기적으로는 시장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 국정 혼란 수습이 우선”이라면서도 “탄핵 대치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허수아비 정부가 유지되면서 시장의 혼란을 키우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과거의 정치적 혼란은 당시 경제성장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이번엔 다를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무역 정책 불확실성 등 수출 환경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평균보다 낮은 1.8%로 유지하지만, 리스크는 점점 더 하방으로 치우치고 있다”며 “추가 탄핵안 발의, 내각 구성, 반도체 특별법과 금투세 폐지 등 2025년도 예산안에 대한 논의, 1분기 통화 정책 회의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