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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맞붙는 멕시코 아기레 감독, 그가 '소방수'라 불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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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 기자I 2026.06.10 10:33:13

멕시코 축구 위기마다 호출된 '해결사'
안방서 열리는 마지막 월드컵서 명예회복 도전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홍명보호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상대이자 개최국인 멕시코의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에게는 오래된 별명이 있다. ‘소방수’다. 멕시코 축구가 흔들릴 때마다 긴급 투입돼 불을 꺼온 감독이라는 뜻이다.

아기레는 2026 북중미월드컵을 앞두고 세 번째로 멕시코 대표팀을 이끈다. 그에게는 이번 대회가 마지막 월드컵 도전이다.

하비에르 아기레 멕시코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AP PHOTO
아기레 감독의 ‘소방수’ 이미지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는 2001년 멕시코가 월드컵 예선에서 흔들리던 시기에 처음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멕시코는 온두라스전 패배 이후 본선 진출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아기레는 무너진 팀을 수습해 2002 한일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었다. 2009년에도 비슷했다.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 체제에서 대표팀이 부진하자 다시 호출됐고,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두 번 모두 임무 모두 불난 집에 들어가 불을 끄는 일이었다. 팀 분위기를 다잡고, 선수단의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결과를 냈다. 전 멕시코 대표팀 공격수 하레드 보르헤티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아기레는 선수단에서 최상의 것을 끌어내는 방법을 알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소방수’라는 별명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아기레 감독은 두 차례 월드컵에서 모두 16강에 올랐지만, 그 이상 올라가지 못했다. 특히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 미국전 패배는 지금도 멕시코 팬들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아기레는 최근 인터뷰에서 “경기 시스템을 바꾼 것이 실수였다. 긴장했고, 경험 부족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불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더 높은 목표를 이루는데는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도 논란은 반복됐다. 아르헨티나와 16강전에서 아기레는 멕시코 축구의 전설적인 선수인 콰테모크 블랑코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았던 아돌포 바우티스타를 기용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멕시코는 아르헨티나에 1-3으로 패해 탈락했고, 모든 비난은 아기레 감독에게 쏠렸다.

2026년의 소방수 임무는 더 책임이 무겁다. 멕시코는 미국, 캐나다와 함께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는 나라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충격을 겪었고, 2024 코파아메리카에서도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결국 멕시코 축구는 무너진 자존심을 되살리기 위해 아기레 감독을 다시 호출했다.

아기레 감독은 현지언론과 인터뷰에서 정신력과 헌신을 강조한다. 그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뛰는 데 자부심을 느끼는 선수, 경기장에서 모든 것을 쏟아낼 선수를 원한다”고 했다. 또한 “잘 뛰고 다재다능하면 더 좋지만, 무엇보다 멕시코를 대표하고 싶다는 진심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아기레 감독을 상징하는 그의 스타일이다. 위기의 팀을 살리는 첫 조건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팀을 위해 몸을 던질 준비가 된 선수라는 것이 그의 축구 지론이다.

선수 시절 아기레도 그런 스타일의 선수였다. 많이 뚜고, 끈질기게 싸우는 선수로 기억된다. 지도자가 된 뒤에도 이 색깔은 이어졌다. 스페인 무대에서 오사수나, 마요르카 같은 팀을 맡아 강등권 팀을 끈끈한 조직력의 팀으로 바꿔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멕시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성과는 조금씩 나오고 있다. 멕시코는 아기레 감독 부임 이후 2025년 네이션스리그와 골드컵을 잇달아 제패했다. 월드컵 개막전 남아공전을 앞두고는 8경기 무패 흐름도 이어가고 있다.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는 불을 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멕시코 팬들이 원하는 것은 16강의 벽을 넘어서는 역사적인 돌파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월드컵에 나서는 아기레 감독이 이번에는 ‘소방수’를 넘어 멕시코 축구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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