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양 사의 △주주환원 방식 차이(자사주 소각 vs 현금배당) △실행의 즉각성 △잉여현금흐름(FCF) 기준에 대한 기대감 차이 등의 이유로 주가가 엇갈린 흐름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 110조 vs 하이닉스 40조
24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종가 기준 25만 700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8.75% 하락했다. 지난 21일 오후 국내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주주 환원책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당시 애프터마켓에서 28만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27만원대로 5% 가까이 하락한 데 이어 이날 추가로 주가가 빠진 것이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낙폭으로 인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12% 하락하며 6700선 턱밑인 6696.96에 장을 마쳤다.
반면 이날 SK하이닉스는 174만5000원에서 시작해 장중 179만2000원까지 올랐다가 전 거래일보다 3.41% 하락한 167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에 비해 낙폭이 작은 편이다. 특히 지난 21일 삼성전자가 주주 환원책 발표 직후 주가가 5% 가까이 떨어졌을 때 SK하이닉스는 173만원에서 176만원대까지 오르며 서로 다른 주가 움직임을 보였다.
이처럼 국내 반도체 투톱 양사가 비슷한 시기 주주 환원책을 발표하고선 엇갈린 흐름을 보인 이유는 ‘주주환원 방식’과 ‘주가 부양 속도전’ 차이에 따른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이사회에서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및 전량 소각 계획을 결의했다. 지난 20일부터 오는 11월 19일까지 시가총액의 3.3%에 해당하는 2407만주(40조원)를 매입해 전량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수 자체를 줄여 주식의 주당 가치와 지분 가치를 높일 수 있어 즉각적인 ‘주가 부양책’으로 꼽힌다.
실제 SK하이닉스는 20일과 21일에 자사주 65만주 각각 매입하고, 이날도 65만주 추가 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이 이어지는 동안 매일 상당한 규모의 구조적인 매수 수요가 발생하는 셈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최대 110조원’이라는 거대한 수치를 던졌지만, 상당 부분이 현금배당 위주로 구성돼 SK하이닉스와 차이를 보인다. 우선 110조원 주주환원 중 30조원은 3분기에 현금배당(정규+특별 배당)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현금배당은 주주들에게 현금으로 주어져 직접적인 이득이지만, 배당받을 권리가 사라진 날(배당락일)에는 주가가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우려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30조원을 제외한 나머지 60~80조원의 현금배당 규모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추가적인 계획은 2026년 경영실적이 확정되는 내년 1월 이사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즉, 자사주를 얼마나 사고 소각할지는 아직 결정 되지 않은 상태로 내년 1월까지 지켜봐야 한다.
삼전 자사주 소각시 금융계열사 ‘10%룰’ 부담
문제는 삼성전자가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당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율을 맞춰야 하는 점도 난관으로 꼽힌다.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삼성화재는 현행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을 총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지난 6월말 기준 삼성생명은 8.51%, 삼성화재는 1.49%를 보유하고 있어 한도를 채우고 있다.
만약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주식 총수가 줄어들면서, 두 보험사의 보유 지분율이 자동으로 올라가게 된다. 실제로 이러한 구조로 인해 두 보험사는 지난 3월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을 앞두고 약 1조5000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한 이력도 있다. 즉, 자사주를 소각할 때마다 삼성생명·화재가 지분을 팔아야 하는 굴레가 삼성전자로 하여금 소각보다 배당에 더 무게를 싣게 만드는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시장에서는 결국 ’얼마를 돌려주느냐‘보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돌려주느냐‘는 속도전과 주가 부양 방식에서 SK하이닉스의 손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인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발표된 주주 환원 정책 하에선 시가총액 대비 매입 규모, 거래대금 대비 비중, 소각 확정 여부 등 수급상 SK하이닉스가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향후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치가 다르다는 점도 양사의 주가 흐름을 가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주주환원 대책에서 향후 3년간 주주환원 기준을 기존 누적 FCF의 ’50% 이내‘에서 ’50% 이상‘으로 높였다. FCF는 회사가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CAPEX(설비투자) 비용을 빼고 실제로 남은 현금이다. 사실상 주주환원의 상한선을 없앤 것으로 향후 실적과 현금 창출력이 증가할 경우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2024~2026년 누적 FCF의 50%를 환원한다‘는 기존 원칙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시장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주환원책에 대한 즉각적 반응은 갈렸지만, 국내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인 110조원대 주주환원이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향후에도 이어질 경우 주가에 적용되는 밸류에이션 자체가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손 연구원은 “삼성전자 역시 특별 배당금의 일부만 재투자되더라도 상당한 자금 유입이 지속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특히 양사 모두 향후 구체적인 추가 주주환원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 예고한 만큼, 업체 간 주주환원 경쟁을 통한 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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