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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월호 텐트 막말’로 잇단 논란을 일으킨 차명진 미래통합당 후보(경기 부천병)가 결국 통합당에서 제명됐다. 미래통합당 입장에서 김대호(서울 관악갑)에 이은 두 번째 제명 결정이다. 지난 6일 김 후보는 ”60~70대에 끼어있는 50대들의 문제의식에는 논리가 있지만 30중반, 40대는 논리가 아니다.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라고 말해 3040 세대 폄하 논란에 휩싸였고, 관악갑 총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장애인들은 다양하다. 1,2,3급…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며 노인층 비하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이틀 연속 특정 세대 비하로 여겨지는 발언을 내놓자 8일 당 지도부는 김 후보를 ‘선거 기간 부적절한 발언’으로 제명처리 했다. 앞서 통합당은 3040세대 비하 발언에 대해 ‘엄중 경고’ 조치한 바 있다.
연이은 두 후보의 제명처리로 통합당 내부는 위기감이 극에 달했다. 통합당 출마 후보들의 이어진 ‘막말’ 논란이 수도권 득표전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 터이다. 차 후보와 김 후보의 설화 후폭풍이 연일 거세지자 결국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이틀 연속 대국민사과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게 말이다.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 있다“며 ”첫날 말실수를 해서 한번 참고 보자 생각했는데 다음날 똑같은 말실수를 했다“라며 지적했다. 황교안 대표 역시 유튜브 방송 ‘황교안 라이브’를 통해 ”차 후보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고 잘못된 인식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저와 모든 통합당 후보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모든 언행을 되돌아보고 진심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물론 여당 역시 말실수 논란에 자유롭지 못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부산에서 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회의에서 ”부산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왜 이렇게 부산은 교통 체증이 많을까’,‘도시가 왜 이렇게 초라할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해당 발언은 100년 전 만들어진 경부선 철도가 부산을 동서로 갈라놓은 것이 부산을 교통 체증이 많은 초라한 도시로 만든 원인이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나온 발언이었다 하지만 ‘지역 폄하’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다.
같은 날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 후보는 선거관리위원회 토론회 리허설에서 코로나19를 ‘우한 코로나’라고 지칭해 논란이 일었다. ‘우한 코로나’는 통합당이 지칭해 온 것으로 민주당은 이에 대해 강한 비판을 제기해왔다.
총선 말미 터진 ‘막말’은 캐스팅 보터인 중도층의 민심과도 연결되는 만큼 자칫 선거판 분위기를 뒤집어 놓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각 당은 입단속에 나섰다. 박형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2일 MBC 라디오에서 “의도하지 않은 이른바 막말들이 선거 전체를 좌우할 수 있어, 이 점을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유승민 자유통합당 의원도 “4월 14일 밤 12시까지 제발 수도권 민심에 역행하는 실수를 제발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노인은 투표 안해도 돼”
정치권에선 총선 후보자들의 연이은 말실수가 초접전을 펼치는 수도권 선거구에서 딱히 지지 정당이 없는 중도층을 돌아서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권자 의식 조사’에 따르면지지 후보 결정 시기를 ‘투표일 일주일 전’에 결정했다는 응답이 25.4%로 가장 많았다. 결국 ‘블랙아웃’ 기간 내 발생한 이슈가 막판 흐름을 결정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후보자의 과거 막말이 파문을 일기도 했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60,70대는 투표를 안 해도 괜찮다”고 말해 역풍을 맞은 사례는 지금까지 회자된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김용민 민주통합당 노원갑 후보의 막말도 논란이 됐다. 그는 한 인터넷 방송에서 “노인들이 투표장에 오지 못하게 엘리베이터를 없애자”고 발언해 큰 비판에 직면했고 그는 결국 낙선했다.
또 역대급 ‘깜깜이 선거판’이란 오명 속 치러진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도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언급한 ”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으로 간다“는 ‘이부망천’ 발언이 회자되기도 했다. 안팎에서 지역 비하 발언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정 의원은 자진 탈당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선거에서 참패를 경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