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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PER 반도체, 매수? 매도?”…개미 울리는 판단의 함정[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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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연 기자I 2026.08.24 15: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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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 전 서울평가정보 부사장 인터뷰
반도체 대형주 변동성 확대에 개인투자자 투자 난이도↑
“PER만으로 판단 어려워…산업 특성·매크로 함께 봐야”
“흐름 추종·손실회피 경계…소외 업종도 기회 올 수 있어”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반도체 산업은 과거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이클 산업이었지만, 최근 인공지능(AI) 혁명으로 하이퍼스케일러 수요가 급증하고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과 수익성이 크게 좋아지면서 구조적 성장주로 보는 시각도 생겼습니다.”

정훈 전 서울평가정보 부사장은 19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변동성이 커진 국내 증시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정 전 부사장은 하나금융연구소, NH투자증권 빅데이터센터, 롯데멤버스 등을 거치며 AI 모델 개발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신용평가 모델 개발 등을 이끌어온 데이터·AI 전문가다.

정훈 전 서울평가정보 부사장.
정훈 전 서울평가정보 부사장.
최근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등락 폭이 커졌다. AI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둘러싼 장기 성장 기대는 여전하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과 밸류에이션 부담이 맞물리며 개인투자자의 매수·매도 판단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정 전 부사장은 반도체주를 볼 때 단순히 주가수익비율(PER) 수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흔히 저PER에 사서 고PER에 팔라고 하지만 반도체와 같은 사이클 산업은 오히려 고PER에 사서 저PER에 팔라는 이야기도 한다”며 “수요 급증이 예상돼 생산설비를 증설하면 설비투자(CAPEX)가 커지고 순이익이 나빠지면서 PER이 높아지는데, 바로 이때가 매수하기 좋은 시점으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 단위에만 매몰되기보다 산업 특성과 해당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매크로 변수를 함께 봐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개인투자자가 변동성 장세에서 빠지기 쉬운 대표적 오류로 ‘흐름 추종’을 꼽았다. 주가가 오르면 계속 오를 것 같아 뒤늦게 사고, 주가가 빠지면 더 떨어질 것 같아 저점 매수 기회를 놓치거나 공포에 매도하는 심리다. 정 전 부사장은 “움직이는 객체가 계속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는 인간의 본능과도 같다”며 “주가가 계속 오를 때는 보유자가 고점에 매도하지 못하고, 미보유자는 잘못된 고점 매수에 나서기 쉽다”고 지적했다.

손절매(손실을 감수하고 주식을 매도하는 것)와 물타기(주가 하락 시 추가 매수로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것), 보유 여부를 판단할 때도 주가 자체보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산책하는 강아지와 주인’ 비유를 들며 “강아지는 움직이는 주가, 주인은 기업의 내재가치에 해당한다”며 “하루 종일 주식 창을 보며 강아지의 움직임만 볼 것이 아니라 매출과 이익, 최고경영자(CEO)의 발언, 경쟁사 동향, 산업 이슈, 매크로 흐름 등 기업의 내재가치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매수가에 묶이는 현상 역시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부사장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금리와 환율, 수급, 시장 심리, 기업 실적 등 다양하지만 실제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없음에도 투자자들이 크게 영향을 받는 변수가 바로 ‘내가 산 가격’”이라며 “내가 산 가격은 시장에 논리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없는데도 투자자는 그 가격에 매몰돼 손실인지 이익인지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 사례를 들며 “2021년 삼성전자를 8만원대에 샀던 투자자 중 상당수는 주가가 5만원대까지 떨어진 뒤 4년 이상 기다리다가 2025년 8만원을 회복하자 ‘이제 살았다’고 매도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 사이 AI 혁명으로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달라졌다면 변화한 환경에 맞게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실회피 성향도 개인투자자의 성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정 전 부사장은 “전망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확정적인 이익을 선호하고 확정적인 손실은 회피하려는 심리를 갖고 있다”며 “이익 구간에서는 조금이라도 수익이 나면 바로 매도하고, 손실 구간에서는 손실을 확정하지 않으려 계속 유보하면서 떨어지는 주식을 팔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정 전 부사장은 투자에 앞서 감정이 아닌 논리적 근거를 먼저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감정에 휩쓸려 매수하는 게 아니라 이 주식이 어떤 이유로 오를 것 같다는 논리 체계가 있어야 한다”며 “가정이 틀릴 수는 있지만 논리적 근거에 따라 매수하는 절차를 반복하면 자신의 투자 오차를 줄여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워런 버핏은 투자에는 삼진아웃이 없다고 했다”며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은 큰 잘못이 아니고, 오히려 잘못된 기회를 잡는 것이 큰 실수”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영원한 주도주는 없다”며 “반도체가 2년 가까이 주도주로 각광받은 만큼 화학, 에너지, 건설 등 필수적이면서도 오랜 기간 소외된 업종에도 시간이 지나면 기회가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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