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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 심리 기간은 총 111일로 역대 대통령 사건 중 최장 기록이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탄핵 소추가 의결된 지 63일 만에 기각 결정을 받고 직무에 복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소추 91일 만에 탄핵 결정을 받고 파면됐다.
헌재는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 계엄포고령 위헌성, 국회의원 체포 지시, 국회·선관위 장악 시도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절차·실체적 위반 여부를 따지고 탄탄한 법적 논리를 세우기 위해 장고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탄핵소추안을 기각·각하하면 윤 대통령은 즉각 직무에 복귀한다. 그동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업무를 인계받고, 대통령실과 각 부처로부터 주요 현안을 보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을 향해서도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을 통해 남은 임기 국정 방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가 인용 결정을 할 경우 윤 대통령은 즉각 대통령직을 상실,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되면 최소한의 경호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받을 수도 없다. 서울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도 수일 내에 퇴거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승복 여부도 정국 향방을 가를 변수다. 윤 대통령이 헌재 결정을 수용하고 국민 통합을 촉구한다면 정국은 조기 대선을 향해 연착륙할 수 있다. 하지만 헌재 결정에 반발하는 메시지를 낼 경우 정국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미 여당 지지층이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강하게 결집된 상황에서 여당 경선과 본선에까지 불씨가 될 수 있다.
기자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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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선고 이후 가장 큰 문제는 리더십 공백에 따라 현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이나 주요 국정 과제를 재추진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정 운영 주도권이 완전히 야당으로 넘어가면서 윤 대통령이 2년6개월 동안 추진했던 개혁 과제는 결국 폐기 수순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현 정부가 전면에 내세웠던 4+1 개혁(노동·연금·교육·의료개혁·저출생 대응 극복)에서 여야 합의를 거친 연금개혁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원점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윤 대통령 직무정지 이후 정부는 2026년 의대 모집 정원을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증원 이전(3058명)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지난해 6월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국정브리핑을 했던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대왕고래 프로젝트)도 좌초할 가능성이 높다. 이 사업은 정부가 탐사시추를 위한 예산을 편성했으나 2025년도 예산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되는 과정에서 총 예산 505억원 중 497억원이 감액된 바 있다. 이외에도 대통령실이 정부와 협의를 통해 올해 발표할 예정이었던 양극화 해소 대책, 반도체·조선업 지원책, 중소기업 활성화 대책, 실손보험 제도 개선안 등도 추진 동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 분야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부안이었던 세제 지원 방안(배당소득 분리과세·주주환원 촉진 세제), 상속·증여세율 인하도 결국 물 건너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윤 대통령이 복귀하면 국면 전환을 위해 임기단축 개헌 논의를 화두로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치(內治)를 국무총리에 위임하는 문제, 선거제 개편, 대미 통상 전쟁 등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마저도 야당의 반대로 추진 동력을 갖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의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앞으로 남은 기간 현 정부의 국정 동력은 상실될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헌재 결정을 수용한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미래로 나아가는 대타협과 통합 선언, 정치·제도 개혁에 나서는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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