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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나라, 3분기 영업익 55억→100억
8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백판지 업체들은 올 3분기(7~9월) 들어 가파른 실적 개선을 보였다. 업계 2위 깨끗한나라는 올 3분기 매출 1462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81.2%나 급증했다. 이에 따른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깨끗한나라는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백판지 등 제지사업과 휴지·기저귀 등 생활용품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백판지만 주력 생산하는 업체들의 실적 개선세도 뚜렷하다. 지난 5월 한국제지에 인수된 업계 3위 세하의 3분기 누적 매출은 1421억원, 영업이익 18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8.8%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두 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한창제지도 같은 기간 누적 매출 1306억원에 영업이익은 125억원을 쌓았다.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50.7%나 늘었다. 백판지 생산량 1위 한솔제지는 백판지 분야 실적은 좋았지만, 당사 제지사업부 70%에 달하는 인쇄용지와 특수지의 부진으로 지난해보다 매출이 하락했다.
백판지 업계 수익성이 확 좋아진 이유는 원재료인 ‘펄프’와 ‘폐지’ 가격이 모두 내림세를 이어오고 있어서다. 깨끗한나라 분기보고서를 보면, 펄프는 지난해 1kg당 78만 8000원에서 올해 3분기 기준 57만 4000원으로 27.1%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폐지값 또한 1kg당 21만 1000원에서 18만 4000원으로 12.7% 내렸다. 원재료 값은 내렸지만, 반대로 납품가격은 오르면서 큰 수익을 낸 것이다. 깨끗한나라 측은 “백판지 등 산업용지 납품가격은 지난해 1톤(t)당 70만원1779원에서 1만원 가량 올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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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물량 증가로 택배상자나 라면박스 등에 쓰이는 골판지 시장도 ‘금판지’라 불릴 정도로 수요가 급격히 커졌다. 다만 골판지 업체들은 백판지와 달리 아직 지난해 실적에는 못 미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골판지도 백판지와 마찬가지로 원재료인 펄프와 폐지 가격은 내렸지만, 백판지와 달리 골판지 원지 및 원단 납품가격도 덩달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골판지 산업은 최초 단계인 이면지·표면지·골심지 등의 낱장을 생산하는 ‘골판지 원지’, 이 세 종이를 결합해 만드는 ‘골판지 원단’, 완제품인 상자 생산 등 크게 3개로 나뉜다.
국내 ‘빅3’ 골판지 원지 업체인 아세아제지, 태림페이퍼, 신대양제지 등은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은 비슷하거나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모두 떨어진 상태다. 아세아제지는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521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0.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19억원으로 27.2% 줄어든 상태다. 아세아제지 관계자는 “골판지 시장의 오랜 판매 관행은 원재료 가격이 오를 땐 시차를 갖고 제품단가 인상이 이뤄지지만, 반대로 원재료 값이 떨어질 때 즉시 인하 요구가 제기된다”며 “그동안 원재료 값이 내려가면서 골판지 원지와 원단 가격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세아제지가 생산하는 골판지 원지 가격은 1톤(t)당 2018년 49만 6000원에서 올해 3분기 기준 41만 2000원으로 17% 가까이 떨어졌고, 이와 연동해 골판지 원단 가격 역시 51만 6000원에서 44만 9000원으로 13% 내려간 상태다.
다만 최근 들어 골판지 원지 생산 업체들이 줄줄이 20% 안팎의 원지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4분기에는 실적 개선을 전망하고 있다. 골판지 업계 관계자는 “골판지는 100% 주문 생산 방식에 의해 거래가 이뤄진다”며 “코로나19 장기화속에 온라인 쇼핑 거래가 늘며 택배 물량 증가가 이어질 경우 올 4분기나 내년 봄 실적 반등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