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보훈부 비상금 2040억원…지자체 기금도 투입
건보, 비상진료 유지·수련병원 경영난 대응에 2.9조원
올해 전공의 예산 2768억원…미복귀 시 불용 불가피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대를 발표하면서 불거진 의정갈등이 1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전공의 이탈 등으로 발생한 의료공백 때문에 최소 3조원이 넘는 재정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사태가 지속될 경우 2768억원에 육박하는 전공의 지원 관련 예산이 대부분 불용(편성한 예산을 안 쓰는 것)될 거라 예상되는 만큼 국고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의정간 대화의 물꼬를 트고 의료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서울 한 대형병원 전공의실 앞 복도에 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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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소요된 국가 재정 규모가 적어도 3조 3000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앙정부 예산에서는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비상금격인 예비비가 총 2040억원 투입됐다. 3월 초 1285억원(보건복지부 1254억원·국가보훈부 31억원)에 5월 775억원(보건복지부)를 더한 금액이다. 구체적으로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당직 수당 △상급종합병원의 신규 의료인력 채용 인건비 △군의관 및 공중보건의 파견 수당 등으로 사용됐다.
지난해 5월부터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에서도 △응급환자 신속 전원 △중증환자 신속 배정 △응급실 진찰료 지원 △추석 연휴 비상진료 지원 등에 매월 평균 1760억원이 투입돼 총 1조 3490억원이 쓰였다. 또 의료 수입이 급감한 수련병원의 경영난을 해소하고자 메르스, 코로나19 상황에서만 이뤄졌던 국민건강보험 선지급이 진행되면서 1조 4844억원이 지원됐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료 수입에서 보험 급여비를 뺀 건강보험료 수지는 11조 3010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중 의정갈등으로 말미암아 지출된 규모는 25.6%(2조 8898억원)에 달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기금도 의료대란 대응에 활용됐다. 재난관리기금은 지자체의 재난 예방·대응·복구에 필요한 재원으로 일정 금액 이상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예산이다. 정부는 지난해 2월 ‘보건의료 분야 국가 핵심기반의 마비’를 재난으로 보고 각 지자체에 484억원의 기금을 집행토록 했고 9월 재난안전법시행령을 개정해 △응급실 비상 인력 채용 △의료진 야간휴일수당 지원 △비상진료 의료기관 지원 등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사용할 수 있는 특례규정을 신설했다.
 | (그래픽=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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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까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유사한 규모의 지출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의료기관의 경영난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선지급금이 기한 내 상환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여기에 △근무환경 개선 △교육 및 수련지도 수당 △수련 수당 지원 등 올해 전공의 지원 관련 편성된 2768억원이 이들의 복귀 지연을 이유로 불용예산이 될 경우 예산 낭비에 대한 지적은 물론 재정 운용의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일으킨 의료대란으로 국민의 혈세가 불필요하게 지출되고 있다”며 “의료대란으로 인한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속히 여야의정 협의체를 재구성해 의정갈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