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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하다, 韓에 온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보물’

이정현 기자I 2018.12.04 15:59:07

900년 이어온 강소국 소장품 전시
보석부터 가구까지, 유럽 왕가 화려함 그대로
내년 2월10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전시

카를 에우제비우스 1세 대공의 뚜껑 달린 병인 ‘마이엥크루그’. 16kg에 가까운 연수정을 통째로 깎았다. 디오니시오 미세로니(1607~1661)가 1년에 걸쳐 제작했다. 리히텐슈타인 가문과 트로파우 공국의 합문이 새겨져 당시 왕가의 높은 명성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국립고궁박물관)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세계에서 가장 작지만 더없이 화려하고 빛나는 유산을 보라.”

‘유럽의 작은 보석’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보물이 한국에 왔다. 요한 크레프트너 리히텐슈타인 왕실컬렉션 관장은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 있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리히텐슈타인 왕가 보물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준비했다”며 “리히텐슈타인 가문의 역사와 활동 그리고 업적에 초점을 맞춰 리히텐슈타인 수장고와 오스트리아 빈에서 소장품을 가져왔다”고 소개했다.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보물’ 특별전은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사이에 있는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작은 나라인 리히텐슈타인 공국을 통치하는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소장품으로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개인 컬렉션인 ‘리히텐슈타인 왕실컬렉션’의 소장품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의 국외왕실특별전 중 하나이며 리히텐슈타인 공국의 개국 300년(2019년)을 앞두고 열린다.

‘왕가의 역사’ ‘왕가의 생활 문화’ ‘왕가의 도자기’ ‘왕가의 말 사육과 사냥’ ‘대공의 미술품 수집과 후원’ 등 5부로 구분해 자세하게 소개한다. 커다란 연수정을 통째로 깎아 세밀하게 가공한 카를 에우제비우스 1세 대공의 ‘마이엥크루그’부터 나폴레옹에 맞서 용맹함을 떨쳐 리히텐슈타인의 주권을 가져온 ‘요한 1세 대공의 초상’, 여신을 본따 그린 ‘카롤리네 대공비의 초상’, 피에트라 두라 기법으로 10년에 걸쳐 제작한 가구 등이 눈에 띈다. 대공들이 쓰던 무기와 마구 등도 화려하다.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보물’에서 유럽 왕가의 정수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리히텐슈타인은 현존하는 몇 안 되는 유럽의 왕가인데다 군사적 재능과 사업수완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다. 지병목 국립고궁박물관장은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보물’은 없어진 왕국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왕가의 소장품을 전시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며 “소용돌이 같은 유럽의 근현대를 지나 이제는 부국으로 성장한 아주 보기 드문 경우다”고 소개했다.

리히텐슈타인 왕가는 12세기 오스트리아 인근에서 발흥한 약 900년 역사의 귀족 가문이다. 1608년 카를 1세가 대공의 지위를 합스부르크 황실로부터 인정받으면서 기초를 세웠다. 1719년 안톤 플로리안 1세 대공이 리히텐슈타인의 수도인 파두츠 지역과 셸렌베르크를 합치면서 개국했다. 리히텐슈타인의 영토는 서울의 1/4 정도에 불과하나 세계에서 GDP가 가장 높을 정도로 고부가가치 산업이 발달했다. 현재 한스 아담 2세 대공이 국가 원수를 맡고 있다.

전시는 국립고궁박물관 2층과 1층 기획전시실에서 내년 2월10일까지 열린다.

리히텐슈타인 대공 요한 1세의 초상. 뛰어난 군사적 재능으로 프랑스 혁명군을 이끌던 나폴레옹과 맞섰다. 이후 리히텐슈타인 공국은 주권국으로서 라인 동맹에 가입했다.(사진=국립고궁박물관)


피에트라 두라 기법으로 장식한 함. 카를 1세 대공이 프라하의 카스트루치 공방에 주만해 제작했다. 10년여에 걸쳐 작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피에트라 두라 기법은 준보석을 상감해 모자이크 회화를 만드는 방식이다.(사진=국립고궁박물관)
4일 요한 크레프트너 리히텐슈타인 왕실컬렉션 관장이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보물’ 특별전에서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문장이 그려진 마구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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