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5’ 개막 하루 전인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진행한 기조연설에서 블랙웰 기반의 GPU 신제품인 지포스(GeForce) RTX 50 시리즈를 공개했다. 황 CEO는 “RTX 5090은 이전 모델인 RTX 4090보다 두 배 향상된 성능을 제공한다”며 “마이크론의 그래픽 D램인 GDDR7 메모리를 탑재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GDDR6X 역시 마이크론 제품을 공급받아 왔는데, 이같은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GDDR7 D램은 AI 필수품인 GPU에 탑재돼 고해상도 그래픽 데이터를 처리하는데 특화한 메모리 제품군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함께 수익성 높은 메모리로 손꼽힌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강은 모두 GDDR7 개발을 끝낸 상태다. 이런 와중에 황 CEO가 마이크론만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K반도체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반도체 챙기기의 일환으로 본다”며 “트럼프 2기 때는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질 수 있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CEO가 ‘물리적 AI(Physical AI)’ 개념을 선언한 것도 주목받았다.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로봇, 자율주행차 등 눈에 보이는 산업으로 AI 응용처를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두고 “로봇 공학을 위한 챗GPT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요약했다. 황 CEO가 로봇과 자율주행차를 위한 AI 개발 플랫폼 ‘코스모스(Cosmos)’를 출시하는 것은 AI 생태계 확장의 대표적인 전략이다. 엔비디아는 특히 자율주행차와 관련해 토요타, 오로라, 콘티넨탈 등과 파트너십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 과정에서 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K반도체에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다른 업계 인사는 “엔비디아 AI 가속기 수요가 로봇, 자율주행차 등으로 커지면서 AI 메모리가 덩달아 많이 팔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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