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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출, 8년 만에 감소세 전환…“신성장 부문 정책지원 나서야”

정두리 기자I 2025.01.23 15:05:48

한은, ‘최근 은행 기업대출 둔화 배경 및 시사점’
2016년 4분기 조선업 구조조정 이후 첫 감소세
경기 불확실성 증대 및 경기 위축 등 영향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지난해 4분기 기업대출이 8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확실성이 증대된 가운데 개인사업자 어려움 지속, 부동산 경기 위축 등의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은 기업의 신성장 부문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 이데일리 DB)
23일 한은의 ‘최근 은행 기업대출 둔화 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은행 기업대출은 전기대비 1조 1000억원 감소했다. 산업은행의 STX조선해양 및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대출 출자전환 등으로 2016년 4분기 중 8조 3000억원 감소한 이후 처음 나타난 감소세다.

지난해 은행 기업대출은 상반기에는 비교적 높은 증가세를 나타내다가 하반기 들어 증가세가 둔화돼 4분기 감소 전환됐다. 이러한 기업 대출 둔화는 연말 계절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그 폭이 분기 기준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컸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는 평가다.

기업대출 둔화 배경을 수요측면에서 살펴보면 △경기 불확실성 증대 △개인사업자 어려움 지속 △부동산 경기 위축 등으로 전반적인 기업들의 대출수요가 둔화됐다.

먼저 중소법인은 상반기 중 수출호조 등에 따른 신규 수주 증가, 가동률 향상 등에 힘입어 시설자금 수요가 확대됐으나, 하반기 중에는 수출 회복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관련 자금수요도 위축됐다. 대기업의 경우 미국 신정부 정책 방향, 중동지역 정세 등 대외 불확실성 증대로 대규모 신규 투자를 유보하고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인사업자도 내수 부진 등으로 폐업이 늘어나면서 사업장 정리 과정에서 대출 상환이 함께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부동산업 대출수요도 하반기 들어 대출금리가 반등하고 부동산 가격상승 기대가 약화되면서 크게 둔화됐다.

공급측면에서 보면 △대출자산 수익성·건전성 관리 강화 △밸류업 추진 △환율 상승 등으로 자본비율 관리 필요성이 높아진 것도 은행들의 기업대출 축소의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해 주요 은행들은 기업대출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면서 4분기 들어 수익성 관리를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영업을 빠르게 축소했다. 이에 주요 은행들은 11월부터 기업대출 프로모션 종료, 기업대출 감축시 성과평가(KPI) 가점 부여, 영업점의 금리 전결권 제한 등의 조치를 실시했다. 아울러 신용위험 관리를 위해 중소기업대출 부실채권 매·상각을 확대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연체율 상승폭이 큰 업종에 대한 대출 심사(Screening)를 강화했다. 또한 최근 밸류업 추진, 환율 상승 등으로 자본비율 관리 필요성이 높아진 점도 상대적으로 위험가중치가 높은 기업대출의 축소요인으로 작용했다.

자료=한국은행
한은은 대내외 불확실성 등으로 경기 하방리스크가 높은 상황에서 기업 자금조달 위축이 성장 모멘텀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들의 투자위축이 성장잠재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성장 부문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권규빈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조사역은 “개인사업자의 경우 내수업종 업황 부진 및 창업시장의 구조 변화에 따른 불황형 수요 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의 실효성을 높여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장기적으로는 금융기관의 신용공급이 ‘가계 및 부동산 부문→기업 및 신성장 부문’으로 전환돼 경제 전체적으로 자금 배분의 효율성이 높아지도록 계속 유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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