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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는 30일, 식약처는 하염없이…신약 심사 지연 뒤엔 ‘의사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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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경 기자I 2026.09.17 11: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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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 부르는 식약처 임상심사]②

이 기사는 2026년09월17일 10시55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30일 안에 답변이 온다는 점이 확실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심사는 상대적으로 처리 일정이 느슨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언제 답변이 올지 알 수 없어 마냥 기다려야 했는데 그 점이 답답했죠.”

같은 후보물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계획(IND) 심사를 모두 경험한 한 바이오벤처 관계자는 두 기관의 가장 큰 차이로 ‘예측 가능성’을 꼽았다.

IND 심사가 늦어지면 임상시험 기관 계약과 환자 모집, 임상시험용 의약품 생산 일정도 함께 밀린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바이오벤처에는 수개월의 대기가 임상비용 증가와 후속 투자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식약처가 법정 처리기간을 지켰더라도 기업의 보완자료 준비기간은 심사기간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양측이 체감하는 시간에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청사 외관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청사 외관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FDA처럼 바꾸면 해결?…“심사할 전문가 확보가 먼저”

식약처는 최근 사전검토 결과 적합한 IND의 법정 처리기간을 현행 30일에서 10일로 단축하는 방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이미 사전검토를 거친 일부 신청의 명목상 처리기간만 줄이는 조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복적인 보완 요구와 전문 심사인력 부족 등 실제 심사 지연을 일으키는 핵심 병목은 그대로 둔 채 처리기간만 단축해서는 기업이 체감하는 대기시간을 줄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FDA는 임상 경험과 해당 약물이 겨냥한 질환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의사 심사관을 중심으로 안전성 위험을 집중 검토한다. 중대한 우려가 발견되면 임상보류를 내리지만, 그렇지 않으면 기업은 IND 제출 30일 뒤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다.

FDA에서 임상약리 심사관과 팀장을 지낸 이장익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는 “FDA가 IND 심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독성시험 결과”라며 “제조방법이 안전성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지, 동물시험에서 어떤 독성이 확인됐는지, 사람에게 어떤 위험을 초래할지를 중점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안전성 외 문제는 임상설계를 개선하는 권고로 제시한다. 이 교수는 “피험자에게 가해질 위험이 너무 크면 ‘임상보류’를 결정하지만, 그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의미 있는 임상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어떤 방향으로 고치는 게 좋은지 회사에 통보하는 선에서 마무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국내 제도를 FDA처럼 리스크 중심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지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식약처가 IND를 안전성 중심으로 신속하게 심사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임상시험계획서의 안전성을 판단할 능력과 경험을 갖춘 전문 심사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제도의 형식을 바꾸기에 앞서 이를 운용할 인적 기반부터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픽=챗GPT 생성)
(그래픽=챗GPT 생성)




의사 심사인력 두터운 FDA…식약처 전일제 의사는 태부족

다른 업계전문가들도 임상 과정을 심사할 의사전문가가 부족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식약처 출신 규제 전문가는 “수년 전 근무할 당시 부처 전체에서 의사 인력이 2~3명 정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떠올렸다. 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도 “제가 알기로는 식약처 내부에 현재 전일제 의사가 없고, 외부에서 영입한 임기제 의사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잦다”고 지적했다. 반면 FDA의 경우 의사 출신 심사인력이 1000명을 훌쩍 넘는다.

미국 인사관리처의 2026년 7월 연방 인력 통계에 따르면 FDA 소속 메디컬 오피서 직군은 1563명이다. 메디컬 오피서는 의학 학위를 필수 요건으로 하는 연방정부의 의사 전문직군으로, 의약품의 임상자료와 안전성·유효성 평가, 의료정책 수립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IND 심사에 1500여명이 모두 참여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조직 전체적으로 의사 출신 전문가의 수가 식약처보다 월등함을 알 수 있다.

어렵게 확보한 인력이 조직에 남아 심사 경험을 축적하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다. 식약처 출신 규제 전문가는 “의사 인력을 뽑더라도 식약처에서 장기간 심사관으로 근무하기보다 임상·규제 경험을 쌓은 뒤 민간으로 이동하려는 경우가 많았다”며 “신약은 계속 진화하기 때문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에도 장기간 공부하고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그 경험이 조직 안에 남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부족은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로 이어진다. 이 교수에 따르면 현재 심사에 참여하는 비전일제 의사는 전문적인 의견을 제공하더라도 최종 결정권과 그에 따른 책임은 갖지 않는다. 반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상근 공무원은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집중적으로 추궁받는다. 국내에서는 임상시험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기업보다 식약처 공무원이 먼저 책임을 추궁받는 경향이 있어 심사도 보수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식약처 출신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판단할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권한과 책임을 함께 가져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리고 만약 적합한 전문성을 가진 인물에게 결정권이 주어졌다면 과한 책임을 물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판단 결과만을 놓고 개인을 과도하게 문책하면 심사관은 적극적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보완 요구를 반복하는 등 방어적인 결정을 할 수밖에 없어서다.

대신 기업에는 더욱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불리한 독성자료를 고의로 누락하거나 허위자료를 제출했다면 형사처벌을 포함한 강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필요한 자료를 심사관이 요구하지 않았다면 심사기관의 문제지만 심사관이 안전성 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요구했는데 기업이 일부러 제출하지 않거나 조작했다면 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전문인력을 충원하는 것만큼 이들이 조직에 남아 심사 경험을 축적하도록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처우 개선에 그치지 않고 심사관이 단기적으로 경력을 쌓고 떠나는 자리가 아니라 장기간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는 직업으로 자리 잡도록 인사·경력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애초부터 식약처 심사관으로 계속 일하겠다는 생각으로 들어오는 의사가 드문 데다 정부 부처 특유의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떠나는 경우도 많다”며 “이를 개인의 문제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전문인력이 조직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조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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