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영장 범위 벗어난 압수, 증거능력 없어"…2심서도 무죄

송승현 기자I 2019.06.27 17:35:23

"압색영장 집행 모두 위법수집증거…증거능력 없어"
권성동 1심 재판부도 ''위법수집 증거'' 지적하기도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법.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법원이 영장 범위를 벗어난 압수수색으로 검찰이 확보한 증거에 대해서는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법원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사건에서도 위법수집 증거를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차문호)는 27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방위사업체 A사 직원 6명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2014년 국방부 조사본부는 방위사업청 소속 군인 2명이 A사의 식사 접대를 받았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조사본부는 A사 직원들이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제출하지 않자 영장을 발부받아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1780GB 상당의 컴퓨터 저장매체(외장하드 포함)와 업무 서류철을 압수했다.

아울러 기무사는 2013년 3월 A사가 군사업 관련 군사기밀을 탐지·수집·누설했다는 혐의로 내사에 착수한 뒤 직원의 사무실과 거주지를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기무사는 사업 관련 자료가 아닌 다른 방산물자 소요량 관련 자료도 함께 압수했다.

법원은 조사본부와 기무사의 압수수색 모두 위법하기 때문에 유죄 입증의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외장하드에는 다른 직원들이 작성한 파일도 저장돼 있어 관련성 없는 정보를 선별해 압수수색 했어야 했다”면서 “혐의사실이나 압수수색 대상인 군 사업 관련 문건이 아닌 다른 문건을 압수했기 때문에 위법한 압수수색”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해당 절차를 통해 수집된 압수물과 이를 기초로 수집된 관련 진술 등 2차적 증거까지 모두 위법수집 증거로 증거 능력이 부인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바탕으로 한 제2의 증거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독수독과론’(毒樹毒果論) 규범에 따른 탓이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하면서 수사 대상 혐의와 무관한 컴퓨터 저장장치, 서류철까지 전부 압수해 가져간 다음 장기간 보관하면서 이를 활용해 별건 수사에 활용했다”며 “이런 경우 해당 증거들은 물론 그 증거들에 기초해 수집된 2차 증거는 모두 위법수집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해 법에 어긋나는 압수수색을 억제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순형) 역시 지난 24일 권 의원이 선거운동 조력자를 강원랜드 사외이사로 지명하게 한 혐의와 관련해 검찰의 위법수집 증거를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은 권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을 뒷받침하기 위해 산업부 업무인계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업무인계서는 산업부에서 처리 중이거나 추진하려는 산하 공공기관의 임원 인사 업무를 종류·직위별로 구분해 정리한 파일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 또는 그와 관련된 범죄를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위법수집 증거라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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