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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추천위 강화해 대통령·대법원장 임명제청권 형해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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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관 기자I 2026.10.08 13: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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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 한상희 참여연대 대표
美·獨 정치적 속셈 아래 대법관 인선해도 논란 無
국민과 소통하는 임명·제청권력 행사 방식 덕분
개헌 앞서 법원조직법 손질…대법관추천위 실질적 기능해야
사법권 독립, 국민 감시 속 진행되는 인선절차서 보장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정리=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최근 대법관 인선을 둘러싸고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이 사생결단으로 대립하고 있다. 어떤 이는 사법권의 독립을 내세우며 전자를 강조하고, 다른 이는 임명권자는 임명거부권도 행사할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국회의 대법관임명동의권도 침해됐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국회의 그 권한은 대통령의 요청이 있어야 비로소 현실적 권한이 될 뿐이라 이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또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은 각각 대법관 인선 절차를 구성하는 단계적 요소일 뿐이기에 어느 것이 우월한지 따지는 것은 부질없다.

단지 이 이전투구의 한 복판에서 과거 암암리에 대법원장과 대통령이 대법관후보를 주고 받던 일들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양성화될 뿐이다. 대통령이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임명권을 장악하고 사법권을 농단하던 유신체제의 잔재는 너무도 당당히 우리 앞에 위력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사진=이영훈 기자)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사진=이영훈 기자)
사실 이번 사태를 두고 사법권의 독립 침해 운운하는 것은 성급하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법관은 대부분 대통령이 임명한다. 멕시코(2024년 헌법 제96조)나 볼리비아(헌법 제182조)가 국민선거로 선출하는 예외일 따름이다. 게다가 일부에서 사법권 독립의 상징처럼 떠받드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우리나라에 한정된 예외적인 사례다.

미국에서 대통령과 상원이 정치적 속셈 아래 대법관을 인선한다고 해서 사법권 독립이 침해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독일에서 각 주의 법무장관들(노동법원은 노동부장관들)과 연방하원 선출위원들이 대법관을 선출한다고 해서 사법이 정치에 종속된다고 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임명과 제청권력의 행사방식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통령과 상원은 대법관임명을 위해 변호사단체나 인권·시민단체, 학계, 언론 등과 소통한다. 심한 경우 대통령선거에 준하는 방식의 캠페인까지 벌리며 국민 여론의 지지를 확보하려 노력한다. 독일의 경우 현직 판사들이 구성하는 법관평의회의 의견이 사실상 중요한 역할을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법관이 법관을 최종 선발함으로써 야기되는 사법권의 폐쇄적 구조를 방지함으로써 사법권의 독립과 그 민주적 통제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헌법이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둔 것은 군사정변 이후였고 권위주의체제로 치달은 유신체제에서는 법관추천회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까지 없애 버렸다. 국가배상법 위헌판결 등으로 심기가 뒤틀린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매개삼아 언제든 통제가능한 대법원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현행 헌법은 여기에 ‘국회의 동의’라는 문구 하나만 추가한 채 기본틀은 그대로 방치했다. 그 결과 우리 헌정사에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되려 사법권의 독립을 훼손하는 통로가 되기 십상이었거나 혹은 대법원장이 모든 법관들 위에 군림하는 제왕적 권력의 한 켠을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의 갈등은 이런 맥락에서 사법권의 독립과 무관하게 진행된다. 오로지 그저 ‘내 사람이냐 네 사람이냐’를 다투는 대법원장과 대통령 사이의 권력충돌에 불과할 뿐이다. 여기에 국민을 위한 자리는 없다. 그 협의라는 관행 또한 마찬가지다. 서로 권력의 과실을 나누어 가지는 밀실의 절차인 것이다. ‘서류제청’이 초유의 사태인 것은 이런 밀실거래가 그동안 공고하게 이루어져왔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표일 터이다.

이런 파행은 이제 그만 두자. 야합의 관행이 드러난 지금 기존의 대법관 인선절차는 완전한 한계에 부딪혔다. 앞으로 누가 대법관이 되든 국민들은 그의 전문성, 자질과 능력, 사법독립에 대한 의지를 제대로 인식해 낼 수 없다. 대법원으로 상징되는 우리 사법체계에 대한 신뢰 또한 견지하기 어렵게 돼 버렸다. 법의 지배는 그들의 지배로, 사법의 독립은 그들의 독단으로 여겨질 따름이다. 그래서 바꾸어야 한다. 우리의 민주공화국을 위해서라도 바꾸어야 한다.

그 주축은 대법관과 대법원장의 인선을 국민들의 손에 되돌려주는 작업일 것이며 종국에는 헌법개정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이라도 법원조직법의 개정으로 가능하다. 무엇보다 현재의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대법관추천위)는 대폭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2009년 도입된 이 기구는 아쉽게도 그것이 참조한 영국이나 남아공은 물론 대부분의 민주국가의 사례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사진=이영훈 기자)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사진=이영훈 기자)
대법관추천위는 구성부터 잘못됐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입김이 과도한 터에 법률가 사회의 대표성마저 상실한다. 민간위원은 대법원장이 위촉하지만 어떤 사람이 왜 위촉되는지는 알 수 없다. 4만명 변호사들은 변협회장 1인으로 대표되지만, 1000여명에 불과한 법학교수들은 법전원협의회와 법학교수회를 통해 두 장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변칙을 보인다. 심지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이 기구에 발도 들여놓지 못한다. 점입가경 격으로 후보자추천과정은 철저한 비밀주의에 빠져 일반 시민들은 그 과정뿐 아니라 심사대상이 누구인지조차도 전혀 알 수 없다. 대표성을 갖춘 구성에 공개적인 심사와 평가의 과정을 마련한 외국 사례에 비해 낯 뜨거울 정도로 후진적인 장치일 뿐이다.

그래서 바꿔야 한다. 대법원장의 보좌기관에 불과한 법원행정처장이 위원이 될 이유는 없다. 그 대신 법관과 국회, 법률가, 정부(시민사회)의 대표들이 동수(각 3명 정도)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법관대표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심급별로, 국회의 대표는 교섭단체별로 선출하며, 법률가대표는 대한변협과 지방변호사회가 각각 1명의 변호사를, 그리고 법전원협의회와 법학교수회가 공동으로 1명의 법학교수를 선출하게 하면 된다. 3인의 민간위원은 법무부장관이 공개모집과 공정한 공개심사에 의해 선별해야 한다. 물론 위원 구성에서 성별과 계층, 지역을 고려해야 함은 당연하다.

추천은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심사단계를 단계화해 1차 단계에서 선별된 후보자를 대상으로 2차심사에 들어가되, 공개적이고 다층적인 심사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대상자들의 경력 및 평판 나아가 일부의 인적 정보까지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찬성·반대의 의견들이 모여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대법관추천위는 심사과정에서 각종 변호사단체, 법학관련학회, 시민사회·경제·노동단체들의 의견을 반드시 수렴·청취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의견서와 심사·평가서들은 공개 기록으로 남겨서 후일의 검증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피추천인원도 문제다. 법원조직법은 ‘3배수 이상’ 추천하도록 하지만 이는 ‘나눠먹기’식 추천의 폐습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3배수 이하’의 추천으로 해야 실질적인 심사가 가능하게 된다. 대법원장은 반드시 피추천인 중에서 1명을 제청하게 해야 한다. 대통령은 그를 임명하되 만일 이유를 붙여 제청을 반려하는 경우 나머지 피추천인 중에서 재제청하여 임명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국회가 임명동의를 거부하여 더 이상 피추천인이 없게 된 경우에는 새로운 대법관추천위를 구성하여 절차를 반복하도록 한다.

물론 이러면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권한이 침해된다는 상투적인 위헌론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우리 국회는 헌법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1949년 대통령의 대법원장임명권을 법관회의가 제청한 자에 대해서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법원조직법을 통과시킨 적이 있고, 그 규정을 1957년의 대법원장 임명과정에 관철시키기도 했다. 위헌론은 이미 극복됐다.

대법관의 연임제를 상례화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별다른 잘못이 없는 한 대법관은 정년까지 연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다. 나아가 헌법개정의 기회가 있다면 대법원장의 제청권 대신 이런 절차를 헌법에 담아둘 필요도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대법관인선을 둘러싼 지금의 갈등이 일회성의 에피소드에 그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증원되는 대법관을 포함해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관은 총 26명 중 22명이다. 대통령 임기 5년과 대법관 임기 6년이 서로 비슷하기에 모든 대통령은 임기중 거의 대부분의 대법관을 임명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하게 된다. 여기서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는 것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감시와 견제 하에 진행되는 투명하고도 민주적인 인선절차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사법권력 또한 마찬가지다. 대법원장의 제청권도, 대통령의 임명권도 이 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럴 때에야 비로소 국민주권정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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