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국내 공동 연구진이 당뇨병 진단 후에라도 운동을 하면, 우울증 위험이 최대 25% 낮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가천대 길병원(병원장 김우경) 가정의학과 최수정 교수와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 서울의대 박상우 박사와 김백 연구원, 시화병원 내과 이대호 과장 등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이 제2형 당뇨병 진단 전후의 신체활동 변화가 이후 우울증 발생 위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제2형 당뇨병은 심혈관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합병증과 동반질환을 유발한다. 특히 우울증은 당뇨병 환자에게 흔하게 동반되는 정신질환으로, 우울증이 함께 발생하면 치료 순응도가 낮아지고 혈당 조절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삶의 질도 크게 저하될 수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규칙적인 신체활동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꾸준히 발표돼 왔다. 그러나 새롭게 당뇨병을 진단받은 환자가 진단 전후로 신체활동량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에 따라 우울증 발생 위험이 달라지는지를 대규모로 분석한 연구는 부족했다.
공동연구팀 연구 결과, 당뇨병 진단 후 신체활동량을 늘린 환자는 우울증 발생 위험이 최대 25% 감소한 반면, 기존에 하던 신체활동을 중단한 환자는 우울증 위험이 25% 증가했다. 당뇨병 진단 이후 혈당 관리뿐 아니라 신체활동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것이 환자의 정신건강을 보호하는 데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 220만 명 규모 당뇨병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다. 2009년부터 2015년 사이 제2형 당뇨병을 새롭게 진단받은 환자 가운데 진단 전후 2년 이내에 각각 건강검진을 받고, 당뇨병 진단 이전에 우울증 병력이 없었던 25만 4619명을 최종 분석했다.
연구 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56.6세였으며, 남성이 약 51.2%를 차지했다. 연구팀은 대상자를 평균 약 7.76년 동안 추적 관찰하며 당뇨병 진단 이후 새롭게 발생한 우울증을 분석했다.
신체활동량은 국가건강검진 문진표를 통해 조사된 저강도·중강도·고강도 활동의 빈도와 시간을 대사당량인 MET 방식으로 환산해 산출했다. MET-분은 운동의 강도와 시간을 함께 반영해 전체 신체활동량을 나타내는 지표다.
연구팀은 주당 신체활동량에 따라 대상자를 ▲비활동군인 0 MET-분 ▲1~499 MET-분 ▲500~999 MET-분 ▲1000 MET-분 이상 등 네 개 군으로 분류했다. 이어 당뇨병 진단 전후 두 차례의 건강검진 결과를 비교해 개인별 신체활동량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당뇨병 진단 전 신체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던 환자가 진단 후 신체활동량을 주당 500~999 MET-분으로 늘리면 우울증 발생 위험이 23% 감소했다. 주당 1000 MET-분 이상으로 활동량을 늘린 환자는 우울증 위험이 25% 낮아졌다.
특히 신체활동 증가 폭이 클수록 우울증 위험 감소 폭도 커지는 용량-반응 관계가 확인됐다. 신체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상태에서 벗어나 비교적 가벼운 수준이라도 활동을 시작하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반대로 당뇨병 진단 전 주당 1~499 MET-분 수준의 신체활동을 하던 환자가 진단 후 활동을 완전히 중단하면 우울증 발생 위험이 25% 증가했다. 진단 전에 중등도 이상의 신체활동을 하던 환자도 진단 후 활동량을 줄일수록 우울증 위험이 높아지는 일관된 경향을 보였다.
이 같은 결과는 연령과 성별, 체질량지수, 흡연, 음주, 소득, 혈압, 공복혈당, 총콜레스테롤 및 동반질환 등 우울증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요인을 보정한 후에도 유지됐다. 다양한 하위집단 분석에서도 신체활동 증가가 우울증 위험을 낮추는 경향이 대체로 일관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운동이 포도당과 지질 대사를 개선하고 신경 염증을 억제하는 한편,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을 안정시키는 과정이 우울증 예방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신체활동에 따른 심리사회적 스트레스 완화 역시 정신건강을 보호하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공동연구자인 최수정 교수는 “당뇨병 진단은 환자가 자신의 생활습관을 가장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던 환자라도 진단 후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춰 신체활동을 시작하면 우울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당뇨병 환자를 위한 진료 및 건강관리 프로그램에 맞춤형 신체활동 상담과 운동 지원을 적극적으로 연계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연구 논문 제목은 ‘새롭게 제2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환자에서 신체활동 변화와 우울증 발생의 연관성(Association between Changes in Physical Activity and Incident Depression among Patients with Newly Diagnosed Type 2 Diabetes Mellitus)’으로 국제학술지 ‘Diabetes & Metabolism Journal’ 최근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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