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학력·출신 국가·고용 형태·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고용, 교육에서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총 23개의 차별금지 사유를 거론한 이 법안은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최근 교육부가 차별금지법에서 ‘학력’을 삭제해달라는 공식 의견을 법사위와 법무부에 제출한 것과 관련해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의견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학력은 개인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상당 부분 성취 정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합리적 차별’ 요소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취업준비생 규모는 89만명으로 전년 대비 7만명 증가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래 최대 규모다. 코로나19로 채용 기회가 대폭 줄어든 취업준비생에게 학력은 가장 중요한 ‘스펙’ 중 하나다. 봉사활동·인턴 등 외부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개인의 노력으로 얻은 학력이야말로 가장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요소라는 것이다.
취업준비생 김모(24)씨는 “코로나19 시기에 학력도 안 보면 대체 지원자를 어떻게 뽑나”라며 “이 시국에 학력은 기업이 개인의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차별금지법상 ‘학력’을 제외하는데 찬성했다.
비행기 조종사 준비 과정을 밟고 있는 장모(26)씨도 “학력은 노력의 결과물”이라며 “굳이 돈 문제가 아니더라도 열심히 공부해서 높은 학력을 취득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걸 무시하는 건 오히려 역차별”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학력은 순수 노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이 처한 가정환경 등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차별금지법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2년제 전문대학을 졸업했다는 오모(26)씨는 “취직하자마자 일을 잘하는 사람은 없다”며 “열심히 일하겠다는 개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채용 과정에서 학력은 보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취업준비생 유모(30)씨도 “‘학력=능력’이라는 전제는 검증되지 않았다”며 “공부를 잘하는 것과 일을 잘하는 것은 별개”라고 강조했다.
|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차별금지법에서 학력을 제외하는 것이 공정한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고학력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 사람과 사회적 약자를 모두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육 현장에서는 개인 학업 성취도에 따라 ‘계층화’가 진행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계층화는 경쟁을 일으키는 원동력이자 혁신을 이끌어 내는 요소이기 때문에 이번 교육부의 학력 제외 요구는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학력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특성상 학력탓에 불이익을 받는 이들이 많다며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방대 학생들이 채용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블라인드 채용을 안 하더라도 적성 평가 등 학력이 상쇄될 수 있는 보완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는 “학력으로 차별받는 사회구조가 가장 문제”라며 “정부는 공정한 평가 제도를 마련하는 등 열심히 공부한 사람과 사회적 약자 모두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