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만 늘리면 재앙"…경총, 고령사회 HR 체질 개선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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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운 기자I 2026.03.03 11:00:04

‘임금·HR연구’ 발간…성과 중심 보상·직무 재설계 강조
일본·싱가포르 재고용 모델·영국 직무 재설계 사례 분석
“일률적 정년 연장, 청년 고용 위축·인건비 부담 우려”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고령자 계속고용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연공 중심 인사체계를 그대로 둔 채 정년만 연장하는 것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진=경총)
한국경영자총협회는 3일 ‘고령자 계속고용 시대, HR 재설계 전략’을 주제로 정기간행물 ‘임금·HR연구’ 2026년 상반기호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호에서는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환경에서 정년 연장 논의와 함께 기업 인사·임금 체계 전반의 재설계 필요성을 집중 조명했다.

최현진 콘페리 시니어파트너는 “경직된 고용구조, 직무와 무관한 다단계 직급구조와 정기 승진체계, 연공적 보상체계 등이 기업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상황에서 HR 체질 개선 없는 정년 연장은 고령화 시대에 더 큰 재앙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령 인력이 상수화된 시대에는 성과 중심 보상 운영, 엄격한 승진 검증, AI 시대에 적합한 인재 육성·평가 체계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특히 국내 기업들이 여전히 근무시간과 형평성 중심 평가에 머물러 있어 직무별 임금 차등이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직무 차등이 단기간에 정착되기 어렵다면 성과 차등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AI 전환 환경에서 리스킬링 중요성도 강조됐다. 최 파트너는 “글로벌 기업들은 저성과 조직과 리더를 과감히 축소하는 반면, 국내 기업은 인력 조정이 쉽지 않다”며 “시니어를 포함한 전 직원 대상 역량 재교육이 경쟁력 유지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사례 연구에서는 일본과 싱가포르 기업의 재고용 모델, 영국 기업의 직무 재설계 전략을 소개했다.

김소현 퍼솔코리아 전무는 “노동시장 구조가 다른 일본과 싱가포르에서도 재고용 모델이 주류로 자리 잡은 것은 인건비 관리 유연성, 직무 재설계 가능성, 세대 간 역할 분담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재진 옥스퍼드대 연구교수는 영국 기업 사례를 제시했다. 영국 유통기업 B&Q는 고령 인력을 반복 업무가 아닌 고객 상담 역할에 배치해 제품 경험과 문제 해결 능력을 활용하고 있다. 보험사 Aviva는 45세 이상 직원의 일·재정·건강을 점검하고 경력 재설계를 지원해 숙련 인력의 조기 이탈을 방지하고 있다.

이 교수는 “계속고용의 성패는 고령 인력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을 어떻게 재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한국도 고령 인력 활용을 전략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영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 특임교수는 일률적 정년 연장에 대해 신중론을 제기했다. 그는 “획일적 정년 연장은 청년 고용을 위축시키고 기업 인건비 부담을 높이며 대·중소기업 간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등 다양한 고용 형태 중에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연공 중심 인사·임금 관행과 경직된 역할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HR 체계의 신속한 재설계가 필요하다”며 “정년 연장은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확산 등 노동시장 여건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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