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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는 오는 7월 500억원, 8월 600억원 등의 순으로 공모채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다. 이번 회사채 발행도 공모채 차환에 사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만기 도래일은 하반기이지만, 연초효과를 겨냥해 선제 발행을 계획했다는 후문이다. 통상 연초에는 기관투자자들이 회사채를 포트폴리오에 담고자 적극적으로 자금 집행을 하기 때문에 수요가 몰리게 된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8000억원 수준”이라며 “운전자본과 유동성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차환 발행 예정”이라고 말했다.
에코프로는 신용등급 평가에서 스플릿이 발생했다. NICE(나이스)신용평가는 에코프로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한국기업평가는 ‘A-(부정적)’으로 한 노치(notch) 낮게 봤다. 심지어 지난해 12월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려 추가 등급 하향 가능성도 경고했다. 만일 추가로 등급이 내려갈 경우 두 노치 차이 스플릿이 발생하게 되는데, 평가사의 평정 기준과 시각에 따라 스플릿이 발생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차이가 두 노치 이상 벌어지는 사례는 드물다. 한국신용평가로부터는 ‘BBB+(긍정적)’ 평가를 받았으나, 해당 등급은 소멸한 상태다.
스플릿 발생은 투자 수익률이 불명확해진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악재로 여겨진다. 조달 금리와 베팅 금리를 산정하기 어려워지며, 공모 회사채 발행 시 낮은 등급의 민간채권평가사(민평) 금리를 기준으로 채권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한기평은 이차전지 업계 전반의 수급 상황이 부정적이라는 이유에서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영업실적 개선 여력이 제한적이며, 국내·외 증설 투자로 차입금 증가세가 이어진다는 전망이다.
특히 한기평은 부채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에코프로는 에코프로그룹의 지주회사다. 자회사로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에코프로에이치엔 등이 있는데,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파트너사 출자 등으로 지난 2021년 이후 연결기준 총 1조7707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에코프로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21년 말 100.4% △2022년 말 112% △2023년 말 116.8% △2024년 9월 말 132.2%로 증가하고 있다.
한기평은 에코프로의 등급 하향 변동요인으로 연결기준 부채비율 200% 초과를 제시했다. 당장 부채비율이 200%를 넘기진 않았으나, 점진적으로 상승해 200% 중반대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지난해 말 에코프로는 자기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영구교환사채(EB)를 3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차입금 상환을 위해 EB를 발행했는데, 스텝업(이자율 상승) 조항이 포함됐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연말 교환사채 발행과 자본성증권 발행을 감안했을 때 부채비율은 소폭 하락했다”고 했다.
민원식 한기평 선임연구원은 “에코프로는 자회사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IPO를 비롯해 자회사 지분가치를 활용한 다양한 자본확충을 계획하고 있다”며 “향후 지속적인 자본 확충 여부 및 재무부담 경감의 수준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