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산업부와 환경부는 위해우려제품 15개 품목, 공산품 4개 품목 등 총 2만3388개 생활화학제품의 성분·함량 등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살생물질이 함유된 공산품 4종과 관련된 제품·업체명을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살생물질은 해충 등을 제거하는 효과를 가진 물질. 인체에 유해할 수 있어 환경부가 ‘살생물질’로 공식 분류하고 있다.
◇172개 제품 중 106개서 ‘살생물질’
조사 결과에 따르면 74개 업체의 공산품 172개 중 106개(62%) 제품에서 34종의 살생물질이 검출됐다. 조사 대상 4개 품목 중 워셔액(17종)에서 가장 많이 검출됐고 부동액(13종), 습기제거제(6종), 양초(5종) 순이었다. 위해우려제품 15개 품목에서 검출된 살생물질은 11일 생활환경안전정보시스템(www.ecolife.go.kr)을 통해 11일부터 공개되지만, 공산품 4개 품목은 일체 비공개 됐다.
이는 이들 공산품 4개 품목의 경우 살생물질이 포함돼 있더라도 성분을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산업부 소관 법률인 현행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품공법)’에는 해당 4개 품목의 살생물질 관련 성분 및 제품·업체명을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다. 게다가 이 공산품들은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화평법)’ 적용도 받지 않는다. 다른 위해우려제품의 경우 화평법에 따라 살생물질 성분 등을 공개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 공산품 4개 품목을 생산하는 대다수 업체들은 정부에 자료 제출조차 하지 않았다. 환경부에 따르면 공산품 4개 품목을 제조·수입하는 업체 약 360곳 중 74곳만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자료제출 의무를 규정한 법이 없기 때문에 관련 업체의 79%(286곳)나 정부 조사를 거부한 셈이다. 이같은 정부 조사를 거부해도 처벌이나 불이익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살생물질 제품명, 빨리 공개해야”
그런데도 정부는 부처 간 팔밀이만 할 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관련 공산품 공개에 대해 “조사는 환경부 산하기관에서 한 것”이라며 “환경부가 공개를 안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환경부 관계자는 “공산품 4종의 경우 산업부 소관법에 공개 근거가 없다”며 “이들 4종을 화평법 위해우려제품으로 빨리 지정하도록 노력하겠다. 지정 시점은 아직 결정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전 사각지대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임흥규 환경보건시민센터 팀장은 “정부가 살생물질을 확인하고도 제품명을 공개하지 않는 건 국민들 앞에 위험물질을 방치하는 꼴”이라며 “부처 간에 책임 떠넘기기를 중단하고 빠른 시일 내에 제품명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세정제, 방향제, 탈취제 등 3개 품목에 대한 위해성 평가 결과 10개 업체, 18개 제품이 위해우려 수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 리콜(회수권고) 조치됐다. 해당 업체는 유한킴벌리, 홈플러스, 한빛화학, 에코트리즈, 헤펠레코리아, 피에스피(부산사료), 마이더스코리아, 랜디오션, 성진켐, 아주실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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