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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사무실 있는 투자회사라며 믿는데, 출금이 안 된대요”[돈분쟁해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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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I 2026.11.03 11: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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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소개해 수당 챙겼다면 사기 공범 입건 가능성
신분증 요구는 잠적 전 마지막 수법…즉시 신고해야
다그치지 말고 수익금 실제 출금되는지 함께 확인

경제뉴스 속 사건들은 남의 이야기 같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돈분쟁해결소’는 실제 피해 사례들을 재구성한 사건을 통해 ‘내가 당사자라면?’이라는 질문에 답하며 돈을 둘러싼 법적 쟁점과 현실적인 대응법을 함께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60대 여성 투자자 A씨가 한 해외 투자회사의 사무실에서 가상자산 채굴 투자 설명회를 듣고 있다.(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60대 여성 투자자 A씨가 한 해외 투자회사의 사무실에서 가상자산 채굴 투자 설명회를 듣고 있다.(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법무법인 한중 박기태 변호사] 60대 A씨는 얼마 전 동네 지인의 손에 이끌려 한 해외 투자회사의 부산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검찰 사칭 전화도, 수상한 문자 링크도 없었습니다. 번듯한 사무실에는 친절한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었고 투자 설명회에서는 거대한 해외 가상자산 채굴 장비 영상과 함께 월 수십 퍼센트의 확정 수익과 원금 보장을 약속했습니다.

A씨는 그날 이후 매일 사무실로 출근하다시피 하며 교육을 받았습니다. 특급 호텔에서 열린 대규모 행사에 초청받았고 지인 두 명을 데려와 직급이 오르자 회사 측이 제공하는 무료 해외여행까지 다녀왔습니다. 의심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다만 투자금은 회사 법인 계좌가 아닌 제3자 명의의 개인 계좌와 현금, 혹은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USDT)로 입금했습니다.

그렇게 반년이 흐른 뒤 돌연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이유로 출금이 멈췄습니다. 회사 측은 출금을 원하면 신분증과 여권 사진을 제출해 본인 인증을 마쳐야 한다며 시간을 끌었고 그 와중에도 매주 출금이 보장된다는 새로운 단기 상품 가입을 권유했습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의 딸이 다급히 법률 상담을 요청해 왔습니다.

-번듯한 사무실이 있고 사람을 직접 만났는데도 보이스피싱으로 볼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요즘 금융사기는 더 이상 전화와 문자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검찰을 사칭하거나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하는 비대면 수법이 널리 알려지면서 범죄 조직들은 역설적이게도 온라인을 벗어나 오프라인 공간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번듯한 사무실을 차리고, 직원을 상주시키고, 특급 호텔에서 화려한 행사를 열며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방식으로 피해자의 신뢰를 쌓습니다. 여기에 전통적인 다단계 구조를 결합합니다. 지인을 데려오면 직급을 올려주고 추천 수당을 얹어줘 피해자가 스스로 또 다른 피해자를 데려오게 만드는 것입니다. 온라인 피싱의 기망 수법과 오프라인 대면 사기, 불법 다단계가 하나로 결합한 이른바 ‘하이브리드형 금융사기’입니다.

최근 부산 등지에서 ‘이큐노바(EQ NOVA)’라는 이름을 내걸고 투자자를 모집한 사안에서도 이와 유사한 정황들이 다수 포착되고 있습니다. 물론 특정 업체의 최종적인 범죄 성립 여부는 수사기관과 법원이 가려낼 몫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직접 눈으로 보고 사람을 만났으니 사기는 아니다’라는 안도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직접 만나는 행위 자체가 치밀하게 설계된 사기 수법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법적으로는 어떤 문제가 되나요? 어머니가 지인을 소개해 데려간 것도 처벌받나요?

△단순한 민사 분쟁을 넘어 매우 무거운 네 가지 형사 처벌 규정이 얽혀 있습니다. 첫째, 하위 투자자를 모집해 수당을 지급하는 구조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상 무등록 다단계판매에 해당할 소지가 큽니다. 둘째, 원금 보장과 확정 고수익을 약속하며 자금을 끌어모으는 행위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이며 현행법은 가상자산을 매개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까지 엄격히 처벌합니다. 셋째, 애초에 정상적인 채굴 사업의 실체가 없었다면 형법상 사기죄(피해 규모에 따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가 성립합니다. 넷째, 가짜 채굴 앱·웹사이트나 메신저 등 전기통신수단을 이용해 불특정 다수를 기망하고 자금을 편취했다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까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어머니가 지인을 데려간 부분은 실무상 가장 위험하고도 민감한 대목입니다. 다단계 결합형 사기가 악랄한 이유는 평범한 피해자를 한순간에 범죄의 ‘공범(모집책)’으로 전락시키기 때문입니다. 만약 사기임을 전혀 모른 채 단순한 선의로 1~2명에게 소개한 정도라면 고의성이 부정되어 형사 처벌을 피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직급을 올리거나 추천 수당을 받을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유하고, 대신 계좌 이체를 도와주거나 현금을 전달받아 입금해 주는 역할까지 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수사기관으로부터 사기 방조는 물론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및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의 ‘공범’으로 입건되어 피의자 조사를 받을 수 있고, 하위 피해자들로부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까지 당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즉시 지인 권유를 멈추고, 어머니 역시 조직에 기망당한 ‘피해자’라는 점을 객관적 증거로 소명할 준비를 서둘러야 합니다

-묶여 있는 투자금은 돌려받을 수 있나요? 회사에서 요구하는 신분증은 보내야 할까요?

△신분증과 여권 사본은 절대 보내지 마십시오. 출금을 막아둔 상태에서 추가 인증을 핑계로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신규 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것은 사기 조직이 잠적하기 직전 시간을 끌며 마지막 자금을 쥐어짜는 전형적인 ‘출구 전략(엑시트)’입니다. 이때 넘겨준 신분증은 대포통장 개설이나 또 다른 금융 범죄에 악용될 수 있습니다. 이미 전송했다면 즉시 금융감독원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과 명의도용 방지서비스에 등록해 2차 피해를 막아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미 테더(USDT) 등 가상자산으로 넘어간 자금은 여러 전자지갑으로 쪼개져 해외로 은닉되기 때문에 온전히 회수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업체가 서버를 닫고 잠적하기 전에 카카오톡 대화 내역, 이체확인증, 전산 화면, 거래소 기록을 모두 확보해 두고 즉시 경찰과 금융감독원에 신고해야 합니다.

동시에 투자금을 입금했던 차명 계좌(개인 계좌)와 국내 상위 모집책들을 상대로 형사 고소 및 계좌 가압류 등 법적 조치를 서둘러야 합니다. 비록 해외 총책을 검거하기 어렵더라도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상위 모집책(센터장·상위 직급자)에게는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 피해 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비대면 전화 사기와 달리 국내에 얼굴과 실명을 드러낸 모집책들이 존재한다는 점이 결합형 사기 피해자들에게는 그나마 붙잡을 수 있는 법적 구제의 동아줄이 됩니다.

-어머니는 지금도 그 회사를 철석같이 믿고 계십니다.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요?

△이러한 범죄 구조는 처음부터 가족의 반대를 철저히 계산에 넣고 설계됩니다. 설명회에서 “자녀들에게 말하면 시대를 못 따라가서 무조건 사기라고 한다”, “적지 말고 귀로만 들어라”라며 입단속을 시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매일 사무실에 출근도장을 찍게 하는 것 역시 단순히 투자금을 노리는 것을 넘어 고령층의 사회적 관계와 자존감을 그 공간에 묶어두는 일종의 심리적 고립(가스라이팅) 장치입니다.

따라서 자식들이 “엄마, 사기당했어”라며 다그치고 몰아세우면 피해자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오히려 마음의 문을 닫고 조직의 논리에 더 깊이 숨어버립니다. 설득의 방식을 바꾸셔야 합니다. 다그치는 대신 어머니와 나란히 앉아 딱 한 가지만 함께 확인해 보십시오. “지금 당장 화면에 찍힌 수익금이 내 은행 통장으로 실제 출금이 되는지”를 직접 눌러보게 하는 것입니다. 스마트폰 화면 속 가짜 숫자가 아니라 실제 내 손에 쥐어지는 현금이 없다는 사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순간이 긴 최면에서 깨어나는 가장 빠른 출발점이 됩니다.

금융당국의 사기 예방 대책은 여전히 낯선 전화와 악성 앱을 차단하는 데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나 범죄는 이미 번듯한 오프라인 사무실과 호텔 연회장, 그리고 믿었던 동네 지인의 얼굴을 하고 우리 일상에 파고들었습니다. 피해자가 또 다른 피해자를 낳는 이 잔혹한 사슬 앞에서는 개인의 주의만으로 버텨내기 어렵습니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매일같이 어딘가로 즐겁게 출근하신다면 오늘 저녁에는 그곳이 어떤 곳인지 따뜻하게 먼저 물어봐 주시기 바랍니다.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 (사진=이데일리 DB)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 (사진=이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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