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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 돈 주고 이민자 떠넘기기…31개국과 5600억원 '추방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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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9.22 13: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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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받던 국무부 부서, 추방 조직으로
말뿐인 약속 받고 인권 보호 요건 우회
국제기구 지원금은 수용 끌어낼 '미끼'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난민을 받아들이던 국무부 부서를 불법 이민자 ‘제3국 추방’ 조직으로 탈바꿈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조직은 인권 보호 장치를 피해 돈으로 이민자를 떠넘기는 거래를 설계했다. 이 과정에서 추방된 이민자들이 구타와 식량 차단 등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2월 8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블리스 빅스 육군비행장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이 불법 이민자 추방 항공편 탑승 과정에서 몸수색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미 육군 제공/AFP)
지난해 2월 8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블리스 빅스 육군비행장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이 불법 이민자 추방 항공편 탑승 과정에서 몸수색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미 육군 제공/AFP)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국무부 내부 문서를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월 말 기준 아프리카·중남미를 중심으로 31개국과 제3국 추방 합의를 맺고 최소 4억1000만달러(약 5638억원)를 승인하거나 약속했다. 이 중 8100만달러(약 1114억원)는 13개국 정부에 직접 준다. WP 자체 분석으로는 지금까지 최소 28개국에 2만5000명 이상이 제3국으로 추방됐다.

이는 프랑스 비영리 언론단체 포비든 스토리즈가 주도해 15개국 26개 언론사가 6개월간 공동 취재한 결과다. 연방항소법원이 이 정책을 위법하다고 판결해 행정부의 대법원 상고가 예상되는 가운데 나온 보도여서 더욱 주목된다.

변화는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시작됐다. 국무부 인구·난민·이주국(PRM)은 연간 약 40억달러(약 5조5000억원)를 들여 난민을 미국으로 데려오던 인도주의 부서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백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인을 제외한 모든 난민 심사를 중단했고, 국무부는 난민 지원 예산 2억5000만달러(약 3438억원)를 자진 출국 유도 사업에 돌렸다. 추방 합의는 PRM 산하 직원 15명 규모의 ‘재이주실’이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라 맡고 있다.

핵심은 합의 방식이다. 행정부는 트럼프 1기 때 추진한 ‘안전한 제3국 협정’이 까다로운 절차 탓에 더디자,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인권·망명 보장 대신 외교 문서로 말뿐인 약속만 받는 새 방식을 만들었다. 돈을 빨리 보내려고 긴급 난민 지원용 예외 조항을 끌어다 해외 원조 제한 규정도 피해 갔다.

한 전직 직원은 “지시는 ‘당장 끝내라. 어떤 걸림돌도 원치 않는다. 그게 뭐든 알아서 해결하라’였다”고 전했다.

국제기구 지원금도 협상 카드가 됐다. 행정부는 국제이주기구(IOM)와 유엔난민기구(UNHCR)에 내던 분담금을 대폭 깎은 뒤, 추방자를 받는 나라의 사업을 지원하는 보조금으로 바꿔 내밀었다. 두 기구에 배정된 돈은 각각 1억7900만달러(약 2461억원), 1억2400만달러(약 1705억원)다.

한 미 당국자는 이 지원금을 “미끼”라고 불렀다. 그에 따르면 행정부는 처음엔 직원들에게 상대국이 인도적 지원을 먼저 요청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지시했지만, 이후 지침을 바꿔 이제는 “원하면 인도적 지원을 해주겠다”고 대놓고 제안할 수 있게 됐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합의에 포함된 IOM 지원금 8500만달러(약 1169억원) 가운데 6000만달러는 추방자와 직접 관련 없는 도로 건설 등에 쓰인다. IOM과 유엔은 추방 협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돈은 인권 침해 우려가 큰 권위주의 정권으로도 흘러갔다. 적도기니는 750만달러(약 103억원)에 최대 250명을 받기로 했다. 그간 미국의 연간 원조액이 많아야 200만달러였던 곳이다.

추방자들이 수용된 호텔에선 무장 경비원의 구타와 식량 차단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현지를 둘러본 국무부 당국자들은 “괜찮은 3성급 호텔”이라고 보고했다.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18일 추방자들에게 박해 우려를 제기할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았다며 1심의 위법 판결을 유지했다. 크리스천 에어하트 재이주실 책임자 등 국무부 관리들은 22일부터 열리는 유엔총회 기간 아프리카·중남미 대표단과 만날 예정이다.

백악관은 본국이 받아주지 않는 위험한 범죄자 등만 제3국으로 보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정책에 반대해 국무부를 떠난 한 전직 관리는 “행정부가 원한 건 조건 없는 빠른 돈이었다”며 “핵심은 부패한 것으로 알려진 정부에 돈이 간다는 사실을 의회에 통보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 변호사 틴 응우옌은 “인간의 몸이 미국 정부의 양보를 얻기 위해 저당 잡히고 거래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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