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물과 공기 같은 유체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수학적 방정식이다. 1930년대부터 연구돼 왔지만 특정 조건에서 해가 항상 존재하고 매끄럽게 유지되는지 여부는 풀리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미국 클레이 수학연구소가 선정한 7대 ‘밀레니엄 난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오픈AI는 정지한 유체에 매끄러운 외력이 작용하는 조건에서 유한한 시간 안에 특이점이 발생하는 반례를 구성하고, 이를 기계 검증 언어인 ‘린(Lean)’으로 형식화했다고 주장했다. 특이점은 유체의 속도 등 물리량이 특정 시점에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지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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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문가들은 AI가 인간이 풀지 못한 난제에 도전하는 새로운 연구 도구로 진화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AI가 제시한 결과를 검증하고 이를 학문적 지식으로 인정하는 과정은 여전히 인간 연구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독립 검증 통과하면 중요한 수학적 성과”
이준상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이번 성과가 수학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공학적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오픈AI는 정지한 유체에 매끄러운 외력이 작용할 때 유한 시간 내 특이점이 발생하는 해를 구성했다고 주장했다”며 “외력을 허용하는 경우 역시 공식 문제에 포함되기 때문에 독립적인 검증을 통과한다면 매우 중요한 수학적 성과”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결과가 외력이 없는 순수한 자연 상태의 유체 문제까지 해결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실제 유체에서 물리적 속도가 무한대로 발산한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약 1만개의 AI 에이전트가 증명을 탐색하고 이를 린(Lean)으로 형식화했다는 점 자체는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단순한 계산 보조를 넘어 인간이 풀지 못한 난제의 증명을 탐색하고 형식적으로 검토하는 새로운 연구 도구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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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빈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는 이번 성과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수학사에 중요한 사건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인간에 의한 검증을 핵심 쟁점으로 꼽았다.
임 교수는 “만약 증명이 맞다면 100년 가까이 된 밀레니엄 문제가 해결된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Lean 형식화와 에이전트 기술이 형식과학 분야에서 가치를 입증한 만큼 다른 난제 해결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실질적인 공학적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현대수학의 정규성 이론 관점에서 해가 존재하지 않는 반례를 찾은 것”이라며 “일반적인 계산 공식을 찾는 차원의 실용적 가치와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AI가 제시한 결과를 인간이 이해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새로운 병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진정한 학문적 의미를 가지려면 인간에 의한 검증이라는 병목을 넘어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지식으로 편입하는 정준화(canonicalization)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윤리 문제도 짚었다. 그는 트리스탄 버크마스터 뉴욕대 교수가 제기한 오픈AI의 선행 데이터 무단 학습 및 저자 제외 압박 의혹을 언급하며 “연구 데이터 누출과 윤리 위반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어 마냥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디어 누출 문제는 다른 과학 분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과학 연구를 위한 AI의 정책 방향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AI는 ‘천재 수학자’ 아닌 ‘연구 후보 생성기’
소셜미디어와 AI 연구 방법론을 연구해 온 박한우 영남대 사회과학대 학장은 이번 사례를 AI를 활용한 새로운 연구 조직의 등장으로 해석했다.
박 학장은 “오픈AI의 시도는 AI 혼자 천재 수학자가 된 것이 아니라 수많은 AI 연구자가 병렬적으로 움직이는 새로운 연구 조직, 이른바 ‘에이전트 아카데미’가 등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AI가 연구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중요한 것은 AI가 답을 만들었다는 사실보다 그 답이 검증된 지식으로 인정되는 과정”이라며 “AI는 강력한 ‘답변 후보 생성기’일 뿐 정답 생성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승인·기각·수정·검증은 결국 연구자와 동료 심사자의 몫”이라며 “새로운 도구가 과학적 돌파의 동력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나비에-스토크스 사례가 던지는 메시지는 AI가 인간 연구자를 대체하느냐에 있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AI가 수천, 수만개의 가설과 증명 후보를 빠르게 만들어내는 시대가 열리면서 오히려 어떤 결과를 믿을 것인지, 누가 검증할 것인지, 이를 어떻게 학문적 지식으로 편입할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AI가 ‘답을 찾는 기계’에서 ‘연구 후보를 대량 생산하는 연구 파트너’로 진화할수록 인간 연구자의 역할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검증과 판단 영역에서 오히려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