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과학연구소, 무기 개발 실패하자 관련 법 면제 요구?

김관용 기자I 2017.10.10 16:47:52

"무인기 개발 실패하자 법률안전 기준 면제 요청"
"연구개발 실패 사실 8개월 간 은폐 의혹"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정부출연연구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이하 ADD)가 무기체계 개발에 실패하자 관련 법률로 정한 안전 기준을 면제해 달라고 당국에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ADD가 차기 군단 무인기(UAV) 연구개발이 실패하자 법률로 정한 안전 기준을 면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차기 군단 무인기는 지난해 7월 초도비행 중 추락해 동체가 완전히 파손, 67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방위사업청과 ADD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차기 군단 무인기는 ‘군용항공기 비행안전성 인증에 관한 법률’로 정해 놓은 감항인증 항목 중 낙뢰 보호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현재 사업이 중단됐다.

김 의원이 입수한 2016년 12월 작성된 ‘차기군단 정찰용 UAV 비행체 간접낙뢰 시험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시험 항목의 53.3%가 ‘실패(Fail)’였다. 지난 7월에 치른 재시험에서도 ADD는 낙뢰 평균 전류를 견디지 못해 ‘현 기술수준 상 낙뢰 시험 기준 충족 자체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항인증은 민·군용기의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국내에서 개발·개조하는 무인 군용기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기준을 따른다. 2015년 10월에는 낙뢰보호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미국의 무인공격기 ‘프레데터’가 이라크 바그다드 남동쪽에서 작전 중 낙뢰에 맞아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감항인증 기준 충족 요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차기군단급 무인기 예상도[사진=이데일리 DB]
ADD는 감항인증 항목을 모두 준수하면 차기 군단 무인기의 사업 시기가 최대 51개월 지연되고 예산도 218억 원 이상 늘어나기 때문에 낙뢰 보호 기준을 임시 또는 영구히 면제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낙뢰 보호 기준은 군이 요구하는 작전요구성능(ROC)에 포함돼 있지 않고, 낙뢰가 예상될 시에 운용하지 않으면 안전하기 때문에 낙뢰 보호 기준을 면제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ADD의 입장대로라면 낙뢰 발생이 빈번한 7~9월에는 무인기를 운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차기 군단 무인기 사업은 북한의 장사정포 등의 도발징후를 사전에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2년 9월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긴급 구매 예산을 요청해 추진한 것이다.

특히 김 의원은 ADD가 지난해 8월 낙뢰 시험을 비밀리에 진행한 후 연구개발에 실패했다는 결과를 8개월 동안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시험 실시 여부와 결과도 ADD가 먼저 보고한 것이 아니라, 방사청 사업팀이 자체 조사 끝에 발견하자 뒤늦게 실패 사실을 실토했다.

김 의원은 “감항인증은 법률에 규정된 제도이자 군용항공기의 안전을 입증하는 국제적 기준으로 연구개발 중에 필히 거쳐야 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면서 “비행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채 강행되는 무인기 사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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