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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PD가 설립한 콘텐츠 제작사 테오(TEO)가 영화 배급으로 활동 반경을 넓힌다. 테오는 영화배급사 워터홀컴퍼니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내달 9일 개봉하는 ‘더 드라마’를 시작으로 극장 배급에 나선다. 앤 해서웨이 주연 ‘마더 메리’, 기노시타 바쿠 감독의 ‘내 곁에 있어줘’ 등도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무한도전’을 만든 예능 PD가 영화를 배급한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다소 낯선 행보다. 하지만 테오의 선택을 단순한 사업 다각화로만 보기는 어렵다. 방송과 영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유튜브로 나뉘었던 콘텐츠 산업의 칸막이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김 PD가 2021년 설립한 테오는 ‘지구마불 세계여행’, ‘데블스 플랜’, ‘살롱드립’, ‘굿데이’ 등 플랫폼을 넘나들며 콘텐츠를 선보여왔다. 방송사를 나온 예능 PD가 OTT와 유튜브로 제작 무대를 옮긴 데 이어 이제는 극장까지 영역을 넓히는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시장에 들어오는 방식이다. 테오가 처음부터 직접 영화를 제작하는 대신 해외에서 완성된 작품을 골라 국내 관객에게 전달하는 ‘선택과 배급’에 먼저 나섰다는 점이다. 첫 작품인 ‘더 드라마’ 역시 테오가 제작한 영화가 아닌 미국 영화사 A24의 작품이다.
김 PD는 지난 21일 ‘더 드라마’를 선보이기 위해 직접 극장 무대에도 올랐다. 그는 시사회 직전 무대인사에서 “콘텐츠는 시청자의 유한한 자원인 시간을 소중한 기억과 추억으로 바꿔주는 일”이라는 취지로 콘텐츠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동영상에 국한하지 않고 예능과 드라마, 영화까지 테오의 외연을 넓혀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 발언은 테오가 영화에 뛰어든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극장 영화와 OTT 시리즈, 유튜브 예능은 플랫폼도 형식도 다르지만 결국 소비자의 한정된 ‘시간’을 놓고 경쟁한다. 콘텐츠 회사 입장에서는 무엇을 직접 만드느냐만큼 어떤 콘텐츠를 골라 누구에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결국 테오가 영화에서 시험하려는 것은 자신들이 쌓아온 ‘취향의 브랜드화’다. 지금까지는 ‘김태호가 만든 예능’이 테오의 경쟁력이었다면 앞으로는 ‘테오가 선택한 콘텐츠’까지 브랜드의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관객에게 ‘테오가 골랐으니 한번 볼 만하다’는 신뢰를 만들 수 있다면 직접 제작하지 않은 작품도 테오의 색깔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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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를 만들던 사람들이 선택과 유통의 영역까지 넘나드는 사례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배우 소지섭이다. 소지섭은 소속사 51K와 함께 2012년부터 해외 독립·예술영화를 소개해온 수입·배급사 찬란에 장기간 투자해왔다. ‘필로미나의 기적’을 비롯해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유전’, ‘미드소마’, ‘존 오브 인터레스트’, ‘악마와의 토크쇼’, ‘서브스턴스’ 등 적지 않은 작품의 엔딩크레딧에 ‘공동제공’으로 소지섭 또는 51K의 이름이 등장했다.
소지섭은 과거 영화 투자로 수익은 거의 남지 않지만 좋은 영화를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어 계속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서브스턴스’와 ‘악마와의 토크쇼’ 등이 국내에서 주목받으면서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소지섭 픽’이라는 표현까지 생겨났다. 다만 작품 선정은 수입사 찬란이 맡는 만큼 엄밀하게는 소지섭이 직접 고른 영화라기보다 그가 국내 개봉을 꾸준히 지원해온 작품들에 가깝다.
배우 정일우 역시 미국 호러 영화 ‘투게더’의 국내 수입·배급에 참여한 데 이어 ‘센티멘탈 밸류’의 국내 개봉 과정에도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유튜브 콘텐츠 제작사들도 극장 영화로 영역을 넓히는 등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과 고르고 유통하는 사람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이같은 배경에는 달라진 콘텐츠 소비 환경이 있다. OTT에서 영화를 보고 유튜브에서 예능을 보는 시대에는 플랫폼보다 어떤 콘텐츠에 자신의 ‘시간’을 쓸지가 중요해졌다. 김 PD가 극장에서 강조한 ‘유한한 시간’이라는 말도 이와 맞닿아 있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특정 플랫폼에 머무르기보다 좋은 콘텐츠를 발견하고 소개하는 ‘안목’ 자체를 경쟁력으로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관건은 예능에서 쌓은 테오의 신뢰가 영화시장에서도 통하느냐다. 영화 배급은 작품을 고르는 데서 끝나지 않고 개봉 시기와 상영관 확보, 마케팅 등이 흥행을 좌우한다. 특히 극장 관객이 줄어든 상황에서는 관객을 실제 극장까지 움직이게 하는 힘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더 드라마’는 테오가 처음 배급하는 영화 이상의 시험대다. ‘김태호의 예능’을 넘어 ‘테오가 고른 콘텐츠’라는 이름까지 관객의 선택을 끌어낼 수 있을지, 콘텐츠 스튜디오로서 확장 가능성을 가늠하는 첫 무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