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사학 먹튀방지법 국회 통과…잔여재산 국고로

김소연 기자I 2018.12.27 22:51:56

27일 국회 본회의서 사립학교법 개정안 통과
야당 재산권 침해 위헌 소지로 반대해 진통
비리 저지르고 법인 해산하면 남은 재산 국고환수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비리로 폐교하는 사립학교 법인의 잔여재산을 국고로 환수하는 ‘비리사학 먹튀방지법’(사립학교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교비횡령 등 비리를 저지른 설립자의 사학법인이 해산한 이후에는 잔여재산을 전액 국고로 환수할 수 있게 됐다.

사학법 개정안 통과 이전에는 설립자가 교비를 횡령하거나 회계 부정을 저질러도 법인이 해산하면 정관에서 정한 다른 학교법인으로 재산이 넘어갔다. 이렇게되면 비리를 저지를 설립자나 설립자 가족에게 남은 재산이 그대로 돌아가 문제가 됐다. 학교 폐교로 교직원은 실업자가 되는데 정작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는 남은 재산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1000억원대 교비횡령하고도 남은 재산 지킨 ‘서남대’ 방지

지난 2월 폐교한 서남대가 대표적이다. 서남대 설립자인 이홍하씨는 1000억원대 교비횡령을 저질러 학교가 부실해졌다. 이에 교육부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어렵다 보고 지난해 12월 학교 폐쇄와 법인 해산 명령을 내렸다. 서남대 재산은 학교법인 서남학원 정관에 따라 잔여 재산은 서경학원(신경대)이나 서호학원(한려대)에 넘어간다. 신경대와 한려대 설립자도 이 씨다. 서남대 잔여 재산이 이 씨와 그의 가족에게 돌아가게 돼 ‘먹튀’라는 지적이 많았다.

앞서 폐교한 명신대, 한중대, 벽성대·대구미래대 등은 폐교 후 잔여재산을 같은 법인 산하 다른 교육기관인 중·고교나 유치원으로 넘겼다.

이같은 행태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17년 9월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병합심사해 교육위원회 대안으로 냈다. 지난해 12월 당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현 교육위)를 전체회의를 통해 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일부 야당 의원이 재산권 침해 등 위헌소지가 있다며 법안을 반대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본회의 통과까지 1년이 걸렸다.

법안 통과로 비리를 저지른 설립자의 해산 법인 잔여재산은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에체 귀속된다. 대학을 설치·경영했던 학교법인의 재산은 국고에,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등을 설치·경영했던 학교법인의 재산은 당해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게 된다.

전라북도 남원시 서남대학교 의과대학 건물이 굳게 닫혀 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의대 특성상 고가의 의료시설이 있어 문을 잠가놨다고 설명했다. (사진=김소연기자)
◇청산 종결 안 된 법인도 법 적용…폐교대학 구성원 보호책 절실

잔여재산에 대한 귀속은 법 시행 당시 청산이 종결되지 않은 학교법인에도 적용된다. 다만 대학 폐교 후 청산이 완료될 때까지 수년간이 소요돼 실제 대학 구성원들이 밀린 월급을 언제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학교 부지와 건물 등을 청산하려면 청산인을 선정하고 절차가 이뤄져야 하는데 폐교 대학 재산의 매각 가치가 낮아 청산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폐교대학 교직원들의 체불임금 총 규모는 약 800억원에 이른다. 이중 올해 2월 폐교된 한중대의 체불임금은 지난 9월 기준 약 43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서남대의 체불임금은 약 330억원(2017년 11월 기준)이었다.

대학이 폐교하면 재학생은 인근 대학 같은 계열 전공으로 특별편입학할 수 있다. 그러나 교직원과 교수들에 대한 지원책은 없다. 실제 폐교한지 3년이 넘도록 대학 교직원들이 체불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폐교 대학 교직원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전무해 이들은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폐교한 학교 건물과 부지가 그대로 방치되면서 지역사회의 안전도 위협받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향후 비리 당사자가 사학에 재진입하지 못하도록 임원 등의 선임 제한을 강화하고 결격사유 기간을 확대하기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부터 운영된 ‘사학발전을 위한 국민제안센터’ 등 공익제보 신고센터를 더욱 내실화하고, 회계감리 법인 수를 올해 25개에서 2022년 60개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앞으로도 교육부는 사립학교의 비리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사립학교의 책무성을 제고하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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