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작가 “소설을 쓰고 읽는 것, 세계의 축소에 저항하는 일”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유준하 기자I 2026.09.17 12:05:43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제10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 수상
“아내의 삼촌 중 한 분이 한국전쟁 참전”
“역사가 서술하지 않는 것에 대한 질문”
“세계를 축소시키는 전쟁의 논리 벗어나야”
이호철통일로문학상 특별상엔 서수진 작가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소설을 쓴다는 것은 세계를 축소시키는 전쟁의 논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을 말에 되돌려주는 일입니다. 광신의 옹졸함으로부터, 조작된 증오와 전쟁의 언어로부터 우리를 구원하는 힘입니다.”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작가(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번 제10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은 바스케스 작가가, 특별상은 서수진 작가(가운데)가 수상했다.(사진=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작가(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번 제10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은 바스케스 작가가, 특별상은 서수진 작가(가운데)가 수상했다.(사진=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콜롬비아 태생의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작가가 올해로 제10회를 맞이한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 수상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은평구에서 50여년 거주하며 작품활동을 했던 고 이호철 작가의 통일 염원 정신을 계승하고 문학적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자 제정된 문학상이다.

“전쟁이라는 축소의 논리에 저항해야”

이번에 본상을 수상한 바스케스 작가는 1973년생으로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계보를 잇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과 내전이 남긴 상처를 통해 폭력과 트라우마를 조망하는 가운데 국가와 역사가 침묵시킨 폭력의 기억을 추적하며 숨겨진 진실을 대면하는 개인의 삶을 정교하게 그려냈다. 대표작으로는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2016)과 ‘폐허의 형상’(2022) 등이 있다.

바스케스 작가는 “영광스러운 상을 안겨주신 은평구청 관계자 여러분, 작가 이호철 선생님을 기리는 마음에 감사드린다”면서 “오랫동안 제 상상 속의 일부였던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아내의 삼촌 중 한분이 한국전쟁에 참전하셨다”면서 “그의 이야기와 기억들을 모으면서 단편 소설을 쓰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30년 동안 또 다른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을 찾아 만나봤는데,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역사 속 그 전쟁의 자리에 대해, 한 젊은 콜롬비아 인이 왜 세상을 가로질러 그 전쟁에서 싸우게 됐는지에 대해 수없이 많은 질문을 던져왔다”고 덧붙였다.

언제나 역사 서술이 말하려 하지 않거나 끝내 말할 수 없었던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소설을 썼다고. 그는 “전쟁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를 빈곤하게 만들고, 그것을 단순화와 선전으로 축소시키며 ‘우리 대 그들’이라는 파괴적인 윤리로 물들인다”면서 “오늘 저는 자유의 한 형태인 이 저항을 여러분과 함께 기념한다”고 했다.

오민석 선정위원장은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미학적 완결성만이 아니라 국가 단위의 폭력, 차별, 억압 등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문학적 대응 방식도 평가의 중요 항목으로 삼고 있다”면서 “사회, 국가 단위의 공동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예술적으로 어떻게 건드리고 있느냐가 주요 관건인 셈인데 바스케스만큼 이 요건에 부합하는 작가를 찾기 힘들었다”고 짚었다.

‘엄마가 아니어도’ 특별상 수상한 서수진 작가

이번 특별상을 수상한 서수진 작가는 1982년생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다. 2020년 ‘코리안 티처’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발표한 장편소설 ‘엄마가 아니어도’는 작가가 그간 천착해온 경계와 여성의 문제를 한층 확장한 작품으로, 글로벌 자본주의가 재생산 노동과 여성의 몸을 어떻게 국경 너머에서 거래하는지를 예리하게 파고든다.

서 작가는 “타국인 호주에서 살면서 한국어로 글을 쓰는 일은 자주 외로웠다. 문학상 수상 소식에 제게 큰 힘이 되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주제가 가진 무게가 크고 막막해서 몇 번이고 소설을 그만두려고 했지만 이 이야기는 쓰여야 하고 읽혀야 한다고 믿었다”면서 “이 책이 우리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대리모라는 문제를 우리 곁으로 조금 데려왔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혜영 특별상 선정위원은 “소설은 실종이라는 추리적 서사 장치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가족 혈연주의와 모성 신화가 사실은 이데올로기이자 허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작가는 대리모라는 비판적 소재를 통해 이런 물음을 던지는 한편, 여성들이 오랫동안 헌신해 온 생명에 대한 돌봄과 환대가 오늘날 가부장제와 글로벌 자본주의로 인해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파헤친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