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평사들은 이번 계엄령 사태 이후 ‘경고성’ 보고서를 잇따라 내놨다. 여·야간 대치가 계속될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적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무디스는 “정치적 긴장이 고조돼 조업 중단 등 경제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치도 “이미 많은 노조가 대통령 하야 요구를 구실삼아 파업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정부정책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데 제1야당인 민주당은 현 정부 대비 방만한 재정 정책을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특히 국내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파장은 더 클 것이란 관측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도래로 인한 수출환경 악화, 글로벌 경기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다. 여기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진다면 경제 환경이 일관성을 잃게 되고, 예정됐던 기업들의 투자 계획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한 신평사 임원은 “기업의 펀더멘털 자체가 흔들리는 게 아니라 당분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다만 현재 회사채 조달이 어렵고 자금 상황이 안 좋은 기업들, 예를 들어 외화부채가 많고 금리·환율에 취약한 업종의 경우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기업평가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해외투자자는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 전반에 걸쳐 원화 포지션 축소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며 “교역 상대방으로서 한국 기업이 갖는 매력도도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투자 심리 위축은 일시적인 상황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한국은행이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단기 유동성 공급 조치 방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또 최대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프로그램 등 시장안정조치를 지속하고 있다.
한 증권사 커버리지본부장은 “유동성 공급 등 발 빠른 조치가 이뤄졌다”며 “기업 자금 조달과 관련해 특별하게 이상징후가 감지되는 건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금리 향방이 본격적인 인하 추세로 잡힌 점도 긍정적이다. 시장금리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차입환경 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북 클로징(회계장부 마감) 시점이 늦어졌는데, 대부분 (기업들이) 올해 필요한 자금 조달은 모두 마친 상황”이라며 “탄핵 이슈가 부담이긴 하나, 상황이 정리되고 연초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