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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깜짝 금리인상…리라화 가치 폭락에 3%포인트 높여
터키 중앙은행은 23일(현지시간) 긴급 통화정책위원회를 소집하고 후반유동성창구(LLW) 금리를 13.5%에서 16.5%로 3%포인트 인상했다. LLW는 금융시장 마감 시간대에 금융기관이 자금을 조달하는 금리다. 정책금리인 1주 환매조건부채권(레포)금리, 오버나이트(하룻밤) 금리와 더불어 터키 중앙은행의 주요 통화정책 수단 중 하나다.
이번 금리인상은 정례회의를 2주 앞두고 전격 단행됐다. 터키 리라화 가치가 급락해서다. 이날 이스탄불 외환시장에서 리라화 환율은 달러 대비 4.9290리라까지 치솟는 등 심리적 저지선인 5리라에 근접했다. 금리인상 발표 후엔 2% 가량 회복해 달러당 4.5717리라까지 진정됐다.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28% 가량 떨어졌다.
리라화 폭락은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최근 터키 경제의 위험요인이 확대되고 있다고 경고한데 이어, 이날 코메르츠방크가 외환위기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IMF는 과도하게 내수의존적인 터키 경제의 구조적 특성을 지적했다. 대외불균형 심화가 외국인투자 유입에 민감한 터키 경제의 취약성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달 7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해외 차입 비중이 높아 터키 경제가 대외 충격에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며,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Ba1에서 Ba2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또다른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이달초 경상수지 악화 및 재정적자 확대, 높은 인플레이션율 등을 터키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또 대외 차입에서 단기자금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하며 터키 국가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지난달 터키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10.85%를 기록해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5%를 크게 웃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정책 리스크가 터키 리라화 하락을 부추겼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가 고물가의 원인”이라며 금리인상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는가 하면, 지난 15일엔 통화정책 개입 확대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 이후 외환시장에선 리라화 투매 현상이 일어났고, 결국 중앙은행이 진화에 나서게 된 것이다. 터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전망이 현저히 개선되는 신호가 나타날 때까지 통화정책은 수축 기조를 단호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장은 리라화 가치 급락세가 안정된 모양새지만, 시장 신뢰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금리인상 효과 역시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이머징마켓 전문가 제이슨 투베이는 “터키 중앙은행은 최근 몇 년 동안 수차례 금리를 크게 올렸지만 효과는 단기에 그쳤다”면서 “시장은 터키가 물가와 경상수지적자 해소에 진정성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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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와 인도네시아에 이어 터키까지, 이달에만 신흥국 3곳이 통화가치 하락 방어를 위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신흥국 6월 위기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들 국가는 모두 해외 자본 의존도가 높고 무역수지 등 경제 기초체력이 약한 곳들이다. 미국이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돌아선 이후 해외 자본이 대거 유출돼 통화가치 급락을 겪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8일 IMF에 300억달러(32조3700억원) 규모의 탄력대출을 요청했다. 페소화 가치가 올해 들어 10% 이상 급락한 탓이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지난 달 27일 기준금리를 27.25%에서 30.25%로 높인 데 이어, 불과 6일 만인 이달 3일 30.25%에서 33.25%로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렸다. 4일에는 40%까지 끌어올렸다. 8일 동안 무려 세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페소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에 무작위로 개입한 것이 독(毒)이 됐다는 평이다. 지난 14일엔 달러당 환율이 24.98페소까지 급등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도 지난 17일 정책금리인 7일 역레포 금리를 4.25%에서 4.50%로 0.25%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4년 만의 첫 금리인상이었다. 인도네시아는 그간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해 왔다. 이 역시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가 연초 대비 4%가량 떨어진 영향이다. 루피아는 최근 달러 대비 1만4000루피아를 돌파했으며, 이날도 달러당 1만4209루피아를 기록했다.
이처럼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으로 통화가치 하락에 대응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 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블룸버그는 지난 22일 세계은행이 산정한 정부 효율성지수 대비 경상수지 비율을 비교한 결과, 미국 금리상승에 가장 취약한 신흥국들로 터키, 아르헨티나, 페루, 브라질, 인도네시아를 꼽은바 있다.
샤말리아 칸 얼라이언스번스틴 신흥시장 채권 국장은 “금리 인상은 올바른 방향이지만, 시장 심리를 바꾸는 데는 충분치 못할 것”이라며 “중앙은행이 계속 매파적 정책을 쓰면 긍정적 영향이 유지되지만 단 한 번으로는 단기적인 심리 변화 이상을 끌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타타 고스 코메르츠방크 분석가도 “글로벌 시장이 받쳐준다면 단기적으로 (한 차례의 금리 인상이) 충분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단기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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